“우리, 틈새시장을 노립시다!”

“우리, 틈새시장을 노립시다!”

  • 철강
  • 승인 2009.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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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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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텔레비전을 멀리하고 있다. 불황이라는 우울한 뉴스 아니면 온갖 불륜에 복수, 원한이 짬뽕 된 막장드라마, 또는 연예인들끼리 노는 것 구경하는 프로그램 일색이니 말이다. 그래도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은 하나 있다. 바로 일요일 저녁 9시 개그콘서트. 한 시간 신나게 웃으면 유쾌해지기도 하지만 개그 대사의 행간을 생각하면서 잠자고 있던 창의성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기발하다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코너가 몇 개 있지만,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것은 봉숭아학당의 연애술사. 이 코너에서 연애비법을 가르치는 개그우먼 박지선은 매주 “우리는 틈새시장을 노립시다.”라고 부르짖는다. 외모가 아름답지 않더라도 애인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틈새에 놓여 있는 남자들을 공략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익살스럽게 “참 쉽죠잉!”이란 말도 덧붙인다. 물론 개그 프로그램이다 보니 백일휴가 나온 이등병, 근무시간 동안 여성을 마주치기 어려운 교통경찰 등 재미있는 내용 위주로 매주 다른 비법이 소개된다.

하지만,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반드시 틈새는 있다는 것이다. 순간 웃고 마는 개그이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는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움츠러들어 소극적 대응에 급급하기 쉬운 때 틈새를 찾아내는 적극성이 더 돋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철강업체들을 취재하다 보면 다 같이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참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보통 세 가지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첫째, 우울함에 빠져 있는 부류. 둘째, 아껴서 견디자는 부류. 셋째, 그동안 간과했던 시장을 찾아보려는 부류. 세 번째 유형은 오히려 불황 때 호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진취성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틈새를 찾는 것은 수월치 않다. 누구나 생각하는 ‘허리띠 졸라매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둘의 차이는 어릴 적 본 전래동화 내용처럼 ‘쌀 한 되로 한 달 나는 법’과 비슷하다. 매일 소량의 쌀로 죽을 쑤어 먹는다고 해도 어른이 쌀 한 되로 한 달을 버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지혜로운 여인은 마음껏 배불리 밥을 먹고 삯바느질로 수익을 창출해 다른 쌀을 사는 사람이었다.

불황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허리띠 졸라매기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적극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현욱기자/hwc7@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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