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살려야 철강이 산다

조선을 살려야 철강이 산다

  • 철강
  • 승인 2009.04.08 08:00
  • 댓글 0
기자명 김국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만난 한 중소 철강사 대표의 말이다. 과장됐지만 일리 있는 말이다. 크나큰 배 한 척에 들어가는 후판 비중이 90%를 넘어간다. 형강, 강관 등까지 들어가는 것을 합치면 비중이 95%를 넘긴다.
 
단순히 후판 제조사만 관련 있겠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후판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판매하는 수많은 유통업체와 후판 표면에 내성을 만들어 주는 쇼트가공업계, 각종 조선기자재 업체들 모두 철강과 조선의 하모니로 먹고사는 업체들이다.
 
그렇게 철강업계에 중요한 조선업이 지금 죽을 쓰고 있다. 올 2월까지 전 세계 선박 수주는 단 18척. 지난해 전 세계 선박수주는 2,287척에 달했었다.
 
노르웨이 선급 DNV(Det Norske Veritas)는 세계의 과잉공급된 선박이 1,000 척에 달한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앞으로 3~4년간 신 조선계약 취소는 세계 수수 잔량 5억, 9천만 DWT의 20% 상당인 총 1억 2,000만 DWT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를 대표하는 한국 조선업체들은 이러한 위기의 중심에 서 있다. 자랑으로 내세우던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잔량은 3년치 밑으로 떨어졌고, 중소 조선사들은 1차 구조조정에 이어 2차 구조조정까지 밟고 있다. 구조조정 순서를 밟는 국내 한 조선사 임원은 "봄볕은 이렇게 따뜻한데 직원들 맘은 왜 이리 추울까요?"라고 고통스러운 맘을 표현했다.
 
참다 참다 못 참겠는지 국내 조선업계가 국책은행들과 수출보험공사 등을 상대로 전방위 지원요청을 하고 있다. 선주사들의 선박금융승인 금액을 현재 1조5,000억원에서 늘려줄 것과 조선사들의 제작금융을 1조6,000억원에서 더 확대해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특정 기업을 지원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의 가장 큰 수요처 중 하나인 조선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맞은 현재, 국내 철강업계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3년치 수주잔량마저 깨진 지금, 조선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면 후판 만들어서 누구에게 팔 것인가?

국내 조선업체들에 보다 배려 있는 가격 및 공급정책을 제시하고 그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국내 후판 수급상황이 공급과잉이 됐을 때 지금의 도움이 10배로 되돌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조선을 살려야 철강이 산다.


김국헌기자/khkim@snmnews.com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