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알루미늄 압출산업과 34년을 함께 해온 한국알루미늄압출공업협동조합이 향후 운영방향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사실상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의 시간을 되짚어보면, 압출조합의 불안한 운영은 최근의 일이라 보기는 힘들다. 압출조합의 전신인 ‘알루미늄압출성실신고조합’이 지난 1976년에 설립됐을 때만 해도 압출 업계의 반응은 남달랐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성실신고조합이 업계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시절 보이지 않는 특혜가 큰 매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혜의 존속이 어려워진 이후, 성실신고조합은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쇄약의 길을 걷게 됐다.
새출발의 다짐과 함께 지난 2006년에 설립된 지금의 압출조합 역시 분위기를 바꿔내지는 못했다.
압출조합은 지난해 연말 이후 향후 운영방향. 즉, 존폐의 여부를 두고 몇 차례의 회의를 거듭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지지부진한 회의는 속 시원한 결과를 내지 못한 듯 하다. 오랫동안 조합 살림을 이끌어오던 임원 마저 이미 지난 연말 자리를 정리한 상태다. 누구하나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게 됐다.
시름하는 압출조합의 모습에 알루미늄 업계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조합과 해당 업계가 공존의 공감대를 나누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조합은 업계에게, 업계는 조합에게 사태의 책임을 넘기고 있지만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다만, 외부의 시선은 비단 압출조합만의 문제가 아닌 공존과 협력의 미(美)를 잊은 알루미늄 압출 산업 전체의 문제로만 보일 뿐이다.
적어도 압출조합과 얽힌 문제해결을 두고 지난 시간의 책임논쟁을 벌이는 일이 생산적이지 않음은 분명하다. ‘압출 업계는 담합을 걱정할 일이 없다’라는 주변의 비꼬는 표현에 더 이상 상할 자존심은 없어 보인다.
이번 압출조합 사태가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의 해묵은 현안의 해결이라는 스스로의 문제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 단순히 조합의 존폐가 아닌, 국내 알루미늄 압출 업계의 존폐가 달린 일이라는 책임감으로 효과적인 공감대가 모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