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에 구조조정까지 앞둬 위기감 고조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중소건설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금조달 애로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중소 건설사 35%, 공사 중단·지연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전국 400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건설사의 운영현황과 애로실태 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34.8%는 경영여건 악화로 공사를 중단하거나 미루고 있다고 답했으며, 더 이상 악화될 경우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답변도 40.0%에 달했다. 한편, 차질 없음이라는 답변은 25.2%로 나타났다.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주는 이유로는 자금조달 애로(43.5%)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미래 불확실성(27.1%), 인·허가 지연(14.7%), 수요자의 무리한 요구(8.0%) 등이 꼽혔다. 자금조달 애로 유형은 신규자금 지원기피(51.5%), 추가담보 요구(21.6%), 대출한도 축소(16.9%), 대출금리 인상(10.0%)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대형건설사도 자금지원을 받기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중소건설사와 하도급업체의 사정은 더욱 열악한 실정”이라면서 “사태가 좀 더 심각해지면 사업성 있는 공사의 표류는 물론 유망 중소기업까지 경영난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올해 5월까지의 건설수주 계획 대비 실적을 조사한 결과, 못 미친다는 기업이 49.8%에 달했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업은 45.7%, 넘겼다는 답변은 4.5%에 그쳤다. 목표 대비 부족한 폭은 20~30%(27.6%)가 가장 많았고, 10~20%(16.6%), 50% 이상(16.5%), 30~40%(16.1%), 40~50%(12.6%), 10% 미만(10.6%)의 순이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공공 부문 공사 확대 필요
한편, 중소건설사들은 최근 양도세 및 토지이용제한 완화 등을 골자로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대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응답기업의 16.5%만이 건설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도움 안 될 것(83.5%)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실제 주택건설을 늘릴 의사가 있다는 답변은 10.5%에 그쳤다. 상당수 기업들은 시장상황을 더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62.8%)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늘릴 의사가 없다는 기업은 26.7%였다.
다만,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대다수 기업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80.8%)고 응답해 분양가상한제 폐지 여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핵심 관건임을 나타냈다. 반면, 폐지돼도 주택사업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19.2%로 나타났다.
최근 건설업계 최대현안으로는 공사비용의 상승과 가격반영 곤란(38.0%), 공사물량 감소(31.5%), 공사대금 회수부진(13.8%), 주택수요 변화(10.3%) 등을 차례로 지적했으며, 특히 지방건설사의 경우 공사물량 감소에 대한 응답비율이 수도권의 2배를 넘어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일감 부족 현상이 지방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건설산업 지원방안으로 응답기업의 42.5%가 공공 부문의 공사발주 확대를 주문했고, 규제완화(18.3%), 정책자금 지원강화(17.0%), 최저낙찰제 확대 유보(15.7%) 등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건설업계는 자금시장 경색과 더불어 구조조정까지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건설산업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신규자금의 원활한 지원, 재건축규제 완화 등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