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거래보다 재유통 방식 선호 현상
선출하 후정산 제도 철폐로 부작용 줄여야
“제강사와만 거래해서는 현재 유통가격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덤핑 시장 등에 여러 제강사나 수입제품이 모두 구비됐기 때문에 가격이나 조건이 맞는 제품을 재유통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한 철근 유통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제강사와의 거래가 불가피한 대형 유통업체를 제외한 2·3차 유통업체 등이 제강사 거래보다는 재유통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도 “물량이 많은 대상 등은 어쩔 수 없이 제강사 거래를 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같은 중소업체야 제강사 거래가 의미 없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철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철근 공급과잉과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국내 유통가격이 기준가격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제강사 거래로는 수익 추구가 어렵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5월 15일 현재 철근 유통가격은 톤당 77만~78만원 수준으로 제강사의 기준가격인 톤당 83만5,000원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물량 할인 등을 비롯한 가격 할인을 받더라도 실질적으로 현재 유통가격을 맞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건설사와 제강사의 철근 가격협상을 통해 정해지는 철근 가격이 선출하 후정산이라는 기이한 제도를 낳게 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방식의 하나로도 재유통이 선호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한 달 또는 길게는 두 달이 지나서야 정확한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선출하 후정산 제도 때문에, 일반적인 유통가격에 바로 구매 및 판매가 가능한 재유통 방식을 선호한다”면서 “제강사가 유통 판매에 대한 보전 조치를 줄이고 기준가격 판매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것보다 선출하 후정산이라는 기이한 제도를 바로잡는 데 더 힘을 썼으면 하는 것이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철근을 유통하는 업체들이 제강사와의 거래에 매력을 잃는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면서 “철근을 유통하면서 철근을 제조하는 제강사와의 거래를 기피하는 이런 이상한 현상이 빨리 사라져 유통시장이 투명하고 정상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