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불황과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철강업계 분위기가 아주 뒤숭숭하다.
지난 2010년 4월 말부터 진행됐던 컬러강판 제조사들에 대한 담합 조사가 2년여 만에 수천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로 최종 결론지어질 것이라는 이야기 때문이다.
2010년 4월부터 수개월간 진행된 바 있는 철강업계에 대한 대규모 공정위 조사는 대부분 별 이상 없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유독 컬러강판 업계에 대해서는 장기간, 가격, 물량 담합 행위가 인정된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이후 장기간 심사보고서 작성과 위원회 심의·의결 등 과정이 최근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 10월 초 공정위 국정감사 자리에서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이 2010년 컬러강판 담합 조사를 왜 마무리하지 않느냐고 질의하면서 공정위가 마무리를 서두르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조사의 경우 담합기간이 2004년 9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거의 6년에 가까운 장기간이라 매출액의 10%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면 업체에 따라 그 금액은 수천억 원에도 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지금도 적자를 걱정하고 있는 해당 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그야말로 기업의 생존이 좌우될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철강업계 종사자들은 철강 제품, 특히 컬러강판 제품의 시장 특성을 이해한 공정위의 최종 심사보고서 작성과 공정위 심의위원들의 신중한 심의와 의결을 기대한다.
우선 이번 조사에서 공정위 관계자들은 원가가 다른데 거의 동시에 같은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는 것을 담합의 존재 근거로 보고 있다. 또 해당 회사 관계자들이 만나는 것 자체를 담합 행위로 인정하는 ‘정황 증거’로 삼고 있다. 여기에 일부 업체의 ‘리니언시(Leniency Program, 자진신고자감면제)’를 잠정 담합 결정의 이유로 삼았다.
그러나 이는 소재이자 중간재인 철강 제품 및 시장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일반 소비재와 같이 본 오류라고 판단된다. 컬러강판은 원자재 구매에서 상당한 제한 요인이 있다. 거의 같은 가격에 원자재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제품의 경우 전형적인 일물일가(一物一價)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선도 업체가 제품가격을 결정하면 여타 업체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만나면 ‘담합’이라는 정황증거를 기준으로 한 판단 역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가격결정 권한이 없는 관계자들이 만나봤자 가격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논란이 그치지 않는 ‘리니언시’에 근거한 ‘담합’ 인정은 무리다. 사실과 시정조치 여부를 떠나 자신은 처벌에서 빠지고자 한 행동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무리한 정황 증거와 ‘리니언시’를 근거로 컬러강판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신중한 판단을 해주기를 정중히 요청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