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시흥 소재 형강 유통업체인 신화강재(대표 이도화)의 부도는 업계에 큰 파장을 남겼다. 신화강재의 부도는 계획적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미 3월부터 속된 말로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6~7월 사이 재고를 최대한 처분하며 도주 자금을 모았다는 전언이다. 휴가철 이후 신화강재 전 직원의 연락이 끊기면서 잠적설로 이어지더니 결국 7월 31일 당좌거래정지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신화강재의 부도에 따른 동종 업계 피해규모는 115억원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별업체의 최대 피해액은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강재가 오래된 업력을 자랑하는 검증된 업체였다는 점은 고의 부도 징후를 찾기 어려운 요소였다. 이 때문에 자수어음을 받은 업체들의 충격은 상당했다. 최근 신화강재의 채권단들은 형사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어음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거래 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몇몇 업체의 부도로 여러 차례 피해를 입은 바 있는 모 업체는 위기 극복을 위해 더 이상의 어음거래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수요업계 판매 문턱이 점점 좁아지고 유통업체 간 거래 비중을 늘어난 상황에서 이러한 반복적인 고의 부도는 업계를 더욱 허탈감에 빠뜨리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를 분노케 한 ‘내부의 적’은 신화강재뿐만이 아니다. 바로 신화강재의 향후 부도 가능성을 쉬쉬하고 싸게 물량을 사들여 다시 시장에 저가로 뿌린 일부 업체들이다.
4~5곳으로 파악되는 일부 업체들의 명단이 시중에 떠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송장 추적을 통해 신화강재의 물량을 되판 업체들을 파악했고 이미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은 상태”라며 “채권단에서는 이 업체들에 대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 업체들에게 이익이 발생했던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기나긴 불황으로 시장에 통용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고픈 유혹은 달콤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한 이기주의는 올바른 가격경쟁 구도에 찬물을 끼얹게 돼 시장의 붕괴를 가져온다. 철강유통이라는 평생의 업이 1~2년 해먹는 장사로 취급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유사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아직은 ‘한탕’을 생각하는 업체보다 동종업에 대한 애정이 깊은 업체가 대다수일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업계의 정화 노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