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장기간 파행을 거듭하던 전기로 제강사와 건설사 간의 철근 가격 협상이 일괄 타결됐다.
이번 철근 공급가격 타결이 갖는 의미는 평상시와 다르다.
무엇보다 그 어느 때보다 길게 이어졌던 무려 6개월간의 치열한 공방이 양측의 극적인 양보로 마무리됐다는 점이다. 더불어 현대제철이 지난 2월 11일 밝힌 ‘선 가격 후 출하’ 시스템이 일단 시동에 들어가게 된 것도 더욱 더 큰 의미가 있다 볼 수 있다.
‘선 출하 후 정산’은 철근 공급 후 익월 세금계산서 발행 시 가격을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번 가격 협상 타결 시 3월분 가격까지 결정함으로써 5년 만에 처음 사전에 가격이 정해졌다.
양측은 가격을 지난해 9~10월 73만원, 11월 72만원, 12월~올해 3월 72만5천원으로 합의했다. 현대제철이 최종 제시한 가격과는 9~12월 가격은 같고, 올해 1~3월 가격은 5천원 낮다. 건자회는 올해 1~3월 제강사 제시 가격이 원가를 다소 과대 포장했다고 주장하지만 제강사 측은 최근 전기료 인상과 원료 가격을 고려할 때 1~3월 가격은 73만원이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양측은 건설업계의 심각한 불황, 협상 장기화로 인한 산업계에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감안해 서로 한 발씩 양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양측의 양보는 관행으로 고착된 ‘선 출하 후 정산’ 제도를 개선해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이 바닥에 깔렸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이번 가격 결정도 9~12월, 1~3월 등 분기별로 같게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오는 4~6월 가격을 3월 중에만 결정한다면 ‘선 가격 후 출하’ 및 분기별 가격 결정 방식이 본격 자리를 잡아갈 가능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아쉽고 불안한 상태다.
지금까지 철근 시장의 큰 문제들은 ‘선 출하 후 정산’의 기본적 문제 속에 건자회와의 지루한 협상 지연, 공식적 가격 결정에도 각 제강사의 건설사별 가격 상이, 투매성 거래 등을 들 수 있다.
‘선 가격 후 출하’ 시스템 첫발에 이어 현대제철은 최근 유통가격 할인 폭 축소 등 철근 유통시장 개편에 나선다고 밝혔다. 투매성 거래의 큰 원인이었던 무리한 예측 판매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과 판매경쟁이라는 부담 속에 제강사들의 건설사 개별협상 및 가격 상이(相異)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고 건설사와의 공식적인 협상을 원활하게 만들려면 양측이 공감할 수 있는 가격 공식을 확정하는 것이 해결방안이라고 판단된다.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반영하여 원가중심의 가격을 상호 인정한다면 수급과 시황을 반영한 최종 가격 결정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차제에 철근 가격 공식의 제정을 전기로 제강사, 건설사 양측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