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까지의 철강재 수출입 실적을 보면 국내 철강 무역에서의 이상 현상이 다시금 반복되고 있다.
무엇보다 4월까지의 수출은 1,041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가 증가했다. 그런데 수입은 758만톤으로 수출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14.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양으로 보더라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만톤이 증가했는데 수입은 93만톤이 늘었다. 수입 증가량이 훨씬 많다.
올해 들어 국내 수요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이를 수입재가 대부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내수 추정치는 1,350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대략 120만톤 정도가 증가했다.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증가율이다. 그러나 수입 증가량을 고려하면 이 내수 증가분 대부분을 수입이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수급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다면 내수 회복량 대부분을 수입이 차지했고 생산 증가량은 상당 부분 수출로 소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철강재 안방 시장은 수입재에 내주고 바깥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철강재 가격은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철강재는 원칙적으로 중량, 생산방식 등을 고려할 때 주문에 의한 내수 중심 산업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대표적인 무역제품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중국, 일본 등의 과잉 생산이 빚어낸 결과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일본의 순수출은 7~8천만톤에 달한다. 이 물량이 세계 철강시장을 전형적인 수요가 시장으로 바꿔 놓았으며 그 틈새에서 대략 1천만톤 정도를 순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 철강업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철강재 무역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훨씬 넘어선다. 결코 정상적인 수급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보다 큰 문제는 과다한 수입으로 인해 수출 역시 높은 수준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 수입이 다시금 수출보다 증가 폭이 월등히 크다는 사실은 국내 철강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수입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철강재 역시 구조, 건축물의 뼈대 역할을 하는 안전과 직결된 제품이다. 이로 인해 불량 부적합 철강재의 사용과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에 이론이 있을 수 없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제대로 된 철강재 생산과 사용을 위해서도 수입은 역시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일본은 국가규격에 더불어 안전과 품질을 위해 보다 더 높은 수준의 단체규격은 물론 개별 회사의 브랜드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가 참고하고 벤치마킹할 아주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보다 더 좋은 철강재의 사용을 위해 부적합, 불량 제품은 물론이고 과도한 철강재 수입을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