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강화, 쥐 잡듯 한다고 될 일인가?

안전 강화, 쥐 잡듯 한다고 될 일인가?

  • 철강
  • 승인 2014.06.30 06:50
  • 댓글 0
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상반기는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과 분노, 반성 속에 지나가고 있다. 아직도 실종자를 다 찾지 못한 채 원인과 책임 규명, 그리고 보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사회 전반의 애도 분위기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이라는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월 이후 “일상(日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으로 원상 복귀하는 모습이지만 기업들의 상반기 경영은 환율 하락 등 여타 악재들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기업들은 정부와 관련기관들의 졸속적인 안전 강화 분위기로 더욱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화재사고가 발생했던 모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과 소방본부는 물론 국회, 검찰, 노동부 등 무려 16개 관청이 벌 떼처럼 몰려들어 기업 활동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평상시에 정부 및 관계기관들이 이렇게 안전에 대한 관심과 관리를 철저히 했다면 지금의 사고 공화국 대한민국은 절대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안전에 별로 신경을 안 쓰던 기관까지 모두 이렇게 나서는 것은 그야말로 전시 행정이요, 졸속 행정이다.
기업의 생산 현장에서 안전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꼭 필요한 일이다. 기계와 설비, 중량물 및 유독물질 등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고 가능성도 높고 강도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는 아무래도 투자와 인원에 대한 교육 등 시간과 자금,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지금에 와서 갑자기 높은 수준으로 요청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임직원들의 인식도 점차적으로 개선되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그 수준을 높이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빨리빨리’다. 기업들도 지금까지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일의 기준은 ‘속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이고 무엇이고 간에 빨리 짓고 빨리 생산하는 것에 가장 높은 가치를 두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새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니 어리둥절하고 어색한 일이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 국민의 의식 수준을 높여야 제대로 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관련기관들 역시 졸속, 보여주기 행정과 단속 이전에 새로운 안전관리 기준을 제대로 만들고 이를 지켜나가도록 차분히 관리해야 할 일이다.   

  대표적 사례로 안전관리와 관련된 협력사, 하도급사와의 모순된 관리체제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일이다. 현재 공장 내 사고는 모두 원청업체에 책임이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협력사, 하도급업체를 원청업체가 직접 관리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책임만 묻고 권한은 주지 않는다면 이 또한 제대로 될 일이 아니다.

  이렇듯 기업 현장에서의 안전 강화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관련 법과 제도, 그리고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마녀 사냥하듯, 쥐 잡듯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