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철강업계에서 '구조조정'은 뜨거운 감자다. 한국철강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철강산업 구조조정안이 지난달 발표되면서 한국에서도 정부와 기업 간 구조조정 줄다리기가 팽팽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세계를 관통한 구조조정의 태풍의 눈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국가 차원에서 전방위 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월 항저우에서 열린 G20의 컨센서스로 철강감산이 공동의 과제로 부여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약 50%를 차지하는 중국은 다방면으로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힘쓰는 모습이다. 그 시발점이 된 것은 역시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의 합병이다.
지난 9월 중국 국무원이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합병안이 통과됐다는 사실을 발표하며 우리는 세계2위 거대 철강업체의 탄생을 목도하게 됐다. 실제 이 둘의 합병으로 새로이 출범하는 '바오우철강'은 총자산 7,000억 위안, 연간 생산능력 6,000만톤으로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가진다.
중국은 전국에 흩어져있는 철강업체들을 정리해 2025년까지 10개 내외의 대형 철강업체가 철강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도록 철강산업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이미 2011년에 발표했던 철강 구조조정안과 매우 흡사하다.
또한 이번 구조조정 방안의 일환으로 중국은 지난달 부채에 시달리던 둥베이철강 파산 절차를 개시했다. 랴오닝성 정부는 지난달 23일 둥베이특수강의 파산 절차 진행을 승인했고 둥베이특수강은 36억위안(5,9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렀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둥베이철강의 파산으로 인해 더 많은 중국 국영 철강기업들이 파산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30일 밝혔다. 무디스는 "더 많은 국영기업들 특히 공급과잉을 겪은 기업들이 파산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둥베이철강의 디폴트는 중국 정부가 국영 기업 부채 해결에 대응하는 방식이 '시장친화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정부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 역시 존재한다. 실제로 중국이 감산정책에 들어가자 철강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8월 말에는 중소 철강업체들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고 8월말 중국 최대 철강 생산 지역이 허베이성의 감축 달성 규모는 목표치의 10%에 불과하다는 실망스러운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의 초장파 상원의원들은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내고 오바마 정부가 중국산 철강재에 더욱 강력하게 대응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직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의 성공여부를 따지기에는 시기상조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이 산재해있다. 인력 감축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반발이나 정부 개입으로 덩치가 커지는 국영 철강사들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들도 함께 따져봐야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제시되는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만으로는 세계 철강계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 정부의 철강 구조조정에 숨고르기가 필요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