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분쟁광물 규제 강화…국내 업체 인식 확립 필요”

(특집)“분쟁광물 규제 강화…국내 업체 인식 확립 필요”

  • 철강
  • 승인 2017.10.0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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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간언 ku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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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확인만으로 불충분…불법 유통 경로 다양화

  세계 각국의 정세와 이념, 합의된 정책 등이 일상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산업 환경에 변화를 주고 있다.
  바젤 협약과 온실가스 감축, 신재생 에너지 정책, 내연기관 자동차 종식, 전기차 소비 확대 지원 등이 그러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공존을 위한 마지막 저항선을 설정해 놓고 이를 지지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 이익 우선주의의 길을 걷고 있고는 있지만 내가 있기 위해서는 남이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분쟁광물 규제 역시 공멸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윤리 의식에서 출발했다. 내전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처참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이 국가에서 생산 중인 광물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분쟁광물 규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부 업체들만이 이에 대해 대응하고 있을 뿐 상당수 업체들이 이를 등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분쟁광물 규제의 개념과 상황, 국내 업체들의 인식 현황과 대응 방안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분쟁광물 사용 규제와 美·EU의 움직임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에서 생산되는 산업용 광물을 ‘분쟁광물’이라 한다.
  반군과 같은 특정 세력들이 그들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인을 강제 동원해 광물을 채굴하고 그 채굴된 광물을 판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수단, 르완다, 브룬디, 우간다, 콩고, 잠비아, 앙골라, 탄자니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10개국이 대표적인 아프리카의 분쟁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과 아동노동 착취, 성폭행 등 사회적 문제를 근절시키기 위하여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서 채굴되는 4대광물(주석, 텅스텐, 탄탈륨, 금)을 분쟁광물로 지정했다.
  채굴자금이 반군의 군자금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업들의 분쟁광물 사용을 제한하는 국제규제를 마련하게 됐다.
  현재 미국 모든 상장사는 도드-프랭크 금융규제개혁법안 및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세부 시행령에 따라 매년 전년도 판매제품 기준으로 분쟁광물 사용현황 당해 연도 5월31일 이전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미국 상장사는 분쟁광물 사용현황 보고 의무 위반 시 상장폐지 위험까지 부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으로 수출 업체 및 연관 업체는 분쟁광물을 사용할 시에 미국 업체와의 거래가 중지되며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
  미국의 분쟁광물 규제는 미국 상장기업은 물론 상장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국내기업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휴대폰과 반도체, 가전, 자동차 부품, 철강, 우주항공 등 대미 수출이 활발한 품목들은 물론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소재 부품 등 2차, 3차 협력사들 역시 파급효과를 겪게 된다.
  또한 EU의 경우 유럽 의회의 결정에 따라 EU 내 관련 수입 업체와 광물 정련·제련 업체는 향후 실사(Due diligence)와 인증을 통해 제품 공급 망에서 분쟁 광물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2017년도 5월 17일 유럽 의회와 유럽 이사회는 분쟁지역에서 채취된 광물의 수입을 규제하는 법안의 세부규정을 발표했다.
  분쟁광물 금속의 품목별 규제 대상이 되는 최소 용량을 기재하여 시행할 예정이며 회원국과 협의를 거쳐 2021년 1월 1일부터 3년 주기로 규제 대상 광물과 그 용량을 수정 보완할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분쟁광물 규제는 EU 내에서 4대 광물을 수입하고 있는 수입 업자와 제련소, 정제소 등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의 광물 및 금속 공급망에 대한 실사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현재 4대 광물 및 금속을 EU로 수출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경우 향후 EU 바이어로부터 원산지 증명서 실사(혹은 인증) 요청을 받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분쟁광물 사용, 혹은 증빙 미비 시에는 거래중단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한편 미국과 EU의 분쟁광물 규제에 맞춰 이와 관련된 조직인 CFSI(Conflict Free Sourcing Initiative)가 설립됐다.
  CFSI는 분쟁광물 규제 프로그램(CFSP)을 진행하고 있으며 CFSP는 분쟁광물 규제의 실무적인 절차로 분쟁지역 대상광물을 사용하지 않는 제련소임을 증빙하는 제3자 인증 프로그램이다. 
                           
■국내 업체들 인식 아직 ‘걸음마’

  현재 국내에 분쟁광물과 금속이 직접적으로 수입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분쟁광물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기에 사실상 수입해서 사용한다고 해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를 사용한 업체가 미국과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하게 되면 차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다가 분쟁광물을 직접 수입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2012년에 미국에서 도드-프랭크 법안이 나왔을 때 산업부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검토하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광물에 대한 정보 수집 및 논의를 통해 개념과 인식 확산을 위한 노력은 했지만 이 역시 단기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산업부에서 분쟁광물만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에서 사실상 분쟁광물 규제를 하나의 이슈로만 보았을 뿐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우리 정부의 태도가 이러하다보니 분쟁광물과 연관성을 가지는 업체들도 이에 대한 대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업체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포스코의 경우 분쟁광물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이전부터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가 기업들로 하여금 제품 생산 시 콩고와 인근 국가에서 나오는 분쟁광물인 금과 텅스텐, 주석, 탄탈륨의 사용 여부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코는 주석과 페로텅스텐을 제품 생산에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사용한 주석과 페로텅스텐은 모두 경쟁 입찰을 통해 수입했다고 밝혔다.
  주석의 원산지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베트남이며, STS 제품 등에 사용하는 텅스텐 합금철의 원산지는 베트남이다.
  포스코는 사회적으로 비판 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한 공급사와의 거래를 제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분쟁 지역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분쟁광물 사용을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원료 구매계약을 체결할 때 “분쟁광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분쟁 지역의 광물을 사용하는 것이 밝혀질 경우 해당 계약을 즉시 종료하고 추후 입찰 참여를 제한한다”는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향후 분쟁광물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회사에 교육을 실시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CFSI의 CFSP 인증을 받은 고려아연은 귀금속과 희유금속 수출과 비철금속 정광 수입이 많은 만큼 향후 국제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분쟁광물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CFSI의 감사를 받아 구매 업체의 원산지 정보 요청 등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관련자들에게 사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포스코와 고려아연의 분쟁광물 규제 인식도는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국내 철강 업체와 수요 업체들의 상당수가 아직 앞선 두 업체보다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먼저 현대제철의 경우 분쟁광물 규제와 대응에 대한 자체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분쟁광물 사용량이 미미하고 이로 인한 문제 발생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주석 소량을 소비하고 있는데다가 국내 주석 수입이 대부분은 동남아시아에서 진행되기에 굳이 분쟁광물 규제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하지만 지난해 관세청이 말레이시아산 주석에 대해 원산지 문제를 삼은 적이 있어 동남아시아산 주석이라 하더라도 원광이 분쟁지역의 것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제철이 향후 주석 소비를 늘리거나 텅스텐 등을 사용할 수도 있어 분쟁광물 규제를 미리 대비해 놓는 것도 업체의 규모와 위상을 볼 때 필요해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세아창원특수강의 경우 텅스텐 소비가 많은 만큼 분쟁광물 규제와 밀접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시스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CFSI의 감사나 분쟁광물 규제 교육 등은 실시하지 않고 있지만 원료 공급 업체에게 원산지 증명서를 요구해 확인하고 있다.
  원산지만 확실하게 검사한다면 분쟁광물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확실하게 가릴 수 있다는 게 세아창원특수강의 설명이다.
  하지만 제품 원산지만으로 원광 원산지까지 밝히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는데다가 원산지 증명서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분쟁광물 규제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분쟁광물이 함유된 부품을 사용하는 업체인 두산의 경우 분쟁광물 규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나타내며 이를 자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현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1차, 2차 업체들의 수가 너무 많아 이를 일괄적으로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두산의 입장이다.
  1차, 2차 중소 업체들을 상대로 분쟁광물 규제를 설명하는 것도 어렵고 그 업체들이 분쟁광물을 확실하게 추적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현재 CFSI에서도 쉽지 않은 문제로 여기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광물 규제 시스템을 위한 비용이 너무 많이 들게 되며 전수조사의 부담을 모두 나눠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쟁광물 관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기에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게 두산의 설명이다. 

■분쟁광물 불법 유통…원산지 세탁·밀수까지

  국내 철강·비철금속 업체들은 단순하게 원산지가 수입 국가가 분쟁지역이 아니면 분쟁광물이 아닐 것이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증명서에 적혀 있는 국가가 분쟁지역 국가만 아니면 아무 문제가 없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소식에 따르면 분쟁광물 유통은 원산지를 추적하기 어렵게 밀수되거나 원산지를 세탁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생산된 분쟁광물이 동아프리카의 항구에 모여 수출되게 되면 원산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 수출 항구의 관리가 선진국과 비교해 철저하지 않을 수 있으며 비리로 인해 밀수 등이 묵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분쟁지역의 원광을 가장 많이 수입하고 사용하고 있는 국가가 중국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중국산 주석과 텅스텐, 금, 탄탈륨에는 분쟁광물이 있을 수 있다.
  중국에서 분쟁광물 사용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다가 분쟁광물은 타 국가산보다 가격이 낮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가 비철금속과 귀금속을 수출할 경우 증치세로 인해 제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이로 인해 중국산 비철금속과 텅스텐 등 합금철 등이 육로와 해로를 통해 베트남과 대만으로 밀수되는 경우가 있다.
  중국 뉴스를 보면 가끔씩 밀수 적발 소식이 나오고 있으며 중국 정부에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단절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로를 볼 때 우리나라에도 분쟁광물을 원료로 한 제품이 원산지 세탁 등을 통해 충분하게 들어올 수 있다.
  관세청에 문의한 결과 관세청은 분쟁광물에 대해 대응 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산업부에서 신규지침이 없다면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비철금속과 합금철 밀수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원산지 세탁까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관세청에서 모든 수입 제품의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다보니 누군가의 신고나 정보 수집이 있을 경우에 조사와 추적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분쟁광물의 경우 수입의 문제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수출 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산업부와 관세청이 분쟁광물과 연계해 원산지 규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원산지 세탁의 방법이 다양화돼가고 있는 만큼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원산지 심사를 현실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내 주요 기업들은 협력사들의 분쟁광물 규제 대응여부에 따라 공급망을 교체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중국, 대만 등 신흥국 보다 발 빠르게 이 규제에 대응한다면 시장을 새롭게 점유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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