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백악관에 제출한 무역확장법 232조 권고안이 지난 17일 공개됐다.
우리나라는 12개 규제대상국에 포함돼 더욱 강도 높은 수입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불합리한 보호 무역조치에 대해서는 WTO 제소와 한미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라”고 주문했다.
세계 최대 강국 미국에 대해서도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멋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적용될 분야는 안보와 정치지 경제가 아니다. 통상 문제는 어디까지나 경제 분야이고 협상에 따라 주고받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판단과 발언을 하기까지 실무부처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의문스런 일이다.
사드 보복에 대해 우리 정부는 중국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드 보복은 분명 군사 주권과 안보 전략에 관련된 일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항의한 적이 없다. 따라서 형평이 맞지 않는 부분도 감안해야 했다.
특히 전통의 우방이자 군사협정 국가인데 유독 우리만 규제대상국에 포함된 이유를 우선 정확하게 파악해 보고했어야 했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보호무역 공세를 예고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232조와 같은 무지막지한 법이 현실화 되고 정부의 역할론이 거론되자 뒤늦게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대통령이 말하도록 한 것은 더욱 잘못된 일이다.
과연 우리 정부는 이번 상무부의 권고안 작성 과정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저 불합리한 결정에 대해 WTO 제소를 내세운 외에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발표 후에도 중국은 상무부 국장이 이번 조치의 비합리성과 보복을 시사했다. 우호적 판단을 받은 일본의 경우에도 미국 조치에 반대 입장이지만 최종 대통령 결정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실무선에서 밝혔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이 나서서 결기를 외쳤다. 미국의 지나친 조치에 국민들은 화를 낼만하다. 이를 대통령이 나서서 같은 심정을 토로해주니 시원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부담을 안게 된다. 우선 공무원들이 수장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협상 과정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것은 곧 외교협상력의 축소를 의미하게 된다. 두 번째는 외교 통상의 기본 중에 기본이 화를 내거나 서두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준비가 없어서 바쁠 것이고 화를 냈으니 그것을 무마해야 한다.
적어도 외교부, 산업부, 통상교섭본부 등 이번 해당 부처들은 미국의 권고안 자체도 문제지만 대응하는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
적어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도록 해야 했으며 경제 통상 문제답게 대화와 협상, 설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