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학회 간담회…“신속 타결은 높이 평가”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면제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쿼터(할당량) 합의를 본 데 대해 아쉽다는 평가를 내렸다.

  법무법인 태평양 표인수 미국변호사는 한국국제통상학회가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미FTA 개정협상,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간담회에서 "특정 품목의 쿼터에 합의함으로써 다자간 통상 규범의 틀을 깨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 분야의 쿼터 합의는 국제 통상규범 상 인정되지 않는데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타 국가들과의 협상에서도 동일한 적용을 요청 받을 경우 거절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역시 "철강 쿼터의 문제점을 그다지 제기하지 않고 있는데 쿼터는 보호무역 수단 중에서도 가장 안 좋은 제도"라며 "쿼터를 언제까지 지켜야 하는지도 불확실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번 한미FTA 재협상 과정과 이와 병행하여 제기된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 면제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도훈 전 산업연구원 원장은 "자유롭고 공정한 국제무역질서를 존중하는 것을 통상기조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대부분 무리한 문제 제기에 부응하여 양보한 협상이 되고 말았다는 점은 앞으로도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한미FTA 재협상은 미국이 자국산업 (특히 제조업)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시작된 협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간을 끌지 않고 재빨리 타결시킨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6일 한국산 철강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2015~2017년 평균 수출 물량의 70% 수준으로 쿼터를 두기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