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32조는 자충수(自充手)이다

美 232조는 자충수(自充手)이다

  • 철강
  • 승인 2018.04.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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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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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32조는 결국 자충수(自充手)가 되고 있다. 자기 돌을 자기가 지은 집 안에 놓아 스스로 자기의 수를 줄이는 이 말은 바둑 용어이다. 상대방 공격을 막으려다 오히려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내 많은 전문가의 우려를 외면하고 수입 철강재에 고율 관세 폭탄을 투하하는 강수를 뒀다.
이미 고율 관세를 받고 있던 우리나라에는 232조가 엎친 데 덮친 격의 큰 충격이었다. 늦었지만 정부의 협상으로 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 받았다. 하지만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가 또 발목을 잡고 있다.

5월 1일부터 적용되는 이 쿼터제로 유정용 강관 수출의 경우 50% 이상 줄어든다.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웃다가 우는 꼴이 된 것이다.

이처럼 국내 철강업계는 한 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을 맞았다. 이러한 상황에 232조 품목 제외 청원이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는 희망이 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부터 품목 제외 청원을 받고 있다. 이미 상당수 품목이 접수됐다고 한다. 해당 품목이 수입 제한받을 시 자국 내 생산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예로 미국 타이어코드 제조업체들은 타이코드용 선재에 대해 관세 면제를 주장했다. 미국타이어생산협회 보고서와 증언을 인용해 북미에서만 타이어코드용 선재를 수급하기가 부족하다고 청원했다.

미국 최대 통조림 업체인 세네카푸드도 석도강판 예외를 추진하고 있다. 이 또한 미국 생산량으로는 캔 생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다.

청원 이유는 단순히 자국 내 생산량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품질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업체들로부터 공급받은 석도강판의 5.5%가 하자로 반품됐지만, 수입품 반품률은 0.17% 불과했다고 한다.

사무용 가구에 들어가는 냉연판재류는 미국산은 편평도가 떨어져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정황을 분석해 보았을 때 트럼프 행정부 323조는 이런 문제를 간과한 허점투성이 보호무역제도임이 밝혀졌다.

만약 품목 제외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캔 제품부터 사무용 가구 제품 생산 등 수요산업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소수 철강업체를 보호하려다 거대 수요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자충수의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업체도 청원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특히 석도강판 업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우수한 품질 때문에 미국은 한국산 석도강판 수입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 제관 업체를 앞세워 상무부를 설득하고 있다. 특히 캔이 식자재 등 서민들의 필수 제품에 사용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타 제품도 마찬가지다. 주거래 미국 업체를 앞세워 청원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비록 히든카드가 되지 않을지라도 노력의 고삐는 늦추지 말아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격언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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