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몰아주기 회유와 물량배제 압박에 재생연 업체들 반목·갈등
4개 배터리 업체 모두 같은 프리미엄 계약…상호 대화 없이 가능?
지난해 12월 시작해 장장 6개월을 끌던 국내 재생연 장기 계약 협상이 처참한 결과를 남기고 이번 달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재생연 프리미엄은 전년과 같거나 낮은 수준에서 전체 계약 물량은 수입산 증가로 감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계약 협상은 재생연 업체들끼리 그동안의 협상 폐단을 조금이나 바로 잡아보자는 뜻에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우월적 위치에 끌려 다니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기울어진 운동장을 일으켜보자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1년 장기 계약을 협상에만 6개월을 소비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세방전지와 아트라스, 델코, 현대성우쏠라이트가 대표적이며 올해 협상에서 우월적 지위를 강하게 휘두른 업체는 세방전지와 현대성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세방전지와 현대성우가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로 나와 재생연 업체들을 끊임없이 흔들어 업체들 간의 관계성이 파탄에 이르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올해 세방전지는 계약 시작 전부터 자회사인 동양메탈로부터 전량 물량을 사고 있는 만큼 국내산을 줄이고 수입산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업체들을 압박했다.
이 당시만 해도 다른 3개 배터리 업체들과의 계약 협상은 순조로운 양상을 나타냈지만 모든 배터리 업체들이 세방전지의 계약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나타내며 계약을 마무리 짖지는 않았다.
이에 국내 재생연 업체들은 세방전지와의 계약을 성사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몇 개월 간 평행선을 달릴 뿐이었다.
세방전지는 협상이 잘 되는 업체에 물량을 더 줄 계획이며 이 경우 일부 업체가 배제될 수 있다며 재생연 업체들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재생연 업체들은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특정 배터리 업체들의 달콤한 회유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며 물량에서 배제되더라도 정상적인 계약을 맺자는 의지를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계약 협상 동안 매우 굴욕적인 일을 겪기도 했지만 그동안 없었던 일도 아니었던 터라 사사로운 것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는 뜻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주 전 현대성우의 물량 밀어주기 전략에 넘어간 재생연 업체가 나오면서 모든 상황이 엉켜버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세방전지가 지난 4월 일부 재생연 업체와 계약을 마무리 했음에도 타 배터리 업체들은 계약 협상을 지속했던 것이다.
현대성우가 낮은 프리미엄에 큰 물량을 몰면서 매년 계약을 해왔던 재생연 업체가 올해는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배제된 재생연 업체가 물량을 회복하기 위해 더 낮은 프리미엄을 제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대성우는 이 상황을 이용해 협상을 진행 중이던 모든 재생연 업체들의 프리미엄을 최저로 낮추는 결과를 만들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일으켜보자던 재생연 업체들의 의지가 한순간에 부서졌으며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업계 내외의 조소까지 흘러나왔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재생연 업체들이 우월적 위치를 가진 배터리 업체들과 협상을 하려는 마음을 가진 것부터가 우스운 일이었다는 것이다.
현대성우가 계약 프리미엄을 낮춘 이후 3개 배터리 업체들이 어떤 방법으로 알았는지 즉각적으로 자신들과 진행하고 있는 계약도 같은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3개 배터리 업체가 의견을 나누며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반응이 올 수 있는 지가 의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국내 재생연 업체들은 3개 배터리 업체들과 각기 다른 협상을 하고 있음에도 최저 프리미엄이 결정되면 다른 업체들의 프리미엄도 낮춰줘야만 하는 처지이다.
이로 인해 3개 배터리 업체와 협상하고 있지만 사실상 1개 업체와 협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계약 협상이 1대1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사실상 1대3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시대가 바뀌며 대기업들이 입찰 시스템에 큰 변화를 주고 있지만 국내 재생연 계약은 구태에 머물러 있다”며 “1년 계약을 6개월 동안 협상하는 것은 분명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