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중장비 분야 호조에도 자동차·건설·조선 분야 수요 감소 막기엔 역부족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 중소기업 아닌 중견 및 대기업에도 악영향
부산 경남지역 철강업계가 전반적인 수요산업의 불황으로 인해 시름을 앓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은 국내 최대의 중공업 지역이라 자동차와 조선업체 등이 몰려 있어 수요가 상당히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이어진 조선업 불황과 함께 올해부터 건설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철강제품 수요를 견인하던 자동차산업까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기계와 중장비 분야가 호조를 보이면서 관련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기계와 중장비산업은 전체 제조업 중에서 그 비중이 크지 않다.
부산 녹산공단의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는 조선 분야에 납품을 가장 많이 했었는데 현재는 기계와 중장비, 건설 분야 등에 주력하고 있는 상항”이라며 “하반기부터 조선 수주가 확대된다고 하지만 올해 들어 건설경기가 내리막이다 보니 큰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사상구의 한 철강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역 철강업계의 경우 수요산업의 불황도 문제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어려움도 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철강업계의 경우 대부분 규모가 일정 이상인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많으나 현 정부 들어 두 자리 수나 오른 최저임금과 급작스런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만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이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철강업계, 특히 유통 및 가공업계에서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 철근가공업체 대표는 “국내 수요산업이 어려운 터라 가공비 인상도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 뿐”이라며 “앞으로도 경기가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중소 유통가공업체 중에는 폐업을 고려하는 업체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수요산업이 다시 회복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것 또한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철강업계의 견해다.
창녕지역의 중견 철강업체 영업팀장은 “하반기부터 조선업 수주가 회복된다고 해서 기대를 하는 업체들도 많지만 조선업 회복이 철강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왜냐면 얼마 전에도 조선업계에서 후판 가격 동결 혹은 인하를 요구했었듯이 실질적인 납품단가 인상이 없으면 매출액은 늘어도 수익성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동차, 조선 등 수송기기의 경우 경량화가 트렌드이기 때문에 해당업종의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철강업게에 긍정적일 지는 미지수”라며 “국내 자동차 및 조선업계에서 유럽 등 선진국과 같이 비철금속 혹은 플라스틱 등 경량소재의 비중을 확대할 경우 철강업계는 현재보다도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재의 상황 타개를 위해서는 건설경기 회복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신규 사업을 개척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