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부과로 계약 어려움 커지고 수출 지역 다변화에도 걸림돌
실시간 쿼터 확인 어려워 불안감
부산지역 철강 수출기업이 미국의 철강 수입쿼터 제한에 이어 지난 19일부터 발효된 EU의 철강재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잠정 조치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허용도)는 23일 EU 철강재 세이프가드 잠정 조치에 따른 지역 철강 업계를 대상으로 긴급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EU 수출 비중이 큰 업체들은 쿼터량을 넘는 물량에 대한 관세부과로 계약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는 업체들은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했다.
또 실시간으로 쿼터를 확인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어 언제 쿼터가 소진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기업차원에서 대응이 쉽지 않아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으며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기업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기업은 없었다.
스테인리스(STS) 냉연제품을 수출하는 A사는 전체 물량의 65%를 독일에 의존하고 있어 해당 품목의 쿼터량 초과로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계약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잔여 쿼터를 실시간 확인할 방법이 없고 한 달 이상 소요되는 선박운송 도중에 쿼터를 초과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지금까지는 해당 제품에 관세가 없어서 '수입자 관세납부 조건'으로 수출계약이 이뤄졌지만 향후 쿼터 소진으로 관세가 부과될 것을 우려한 독일 수입업체가 '수출자 관세납부 조건'으로 계약 변경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선재를 수출하고 있는 B사는 비합금 강선에 대한 EU 수출 확대를 계획했지만 이번 조치로 제품 다변화를 통한 매출활로 모색이 차질을 빚게 됐다. 전체 수출물량의 60% 이상을 EU에 의존하는 C사는 비중이 높은 와이어로프는 세이프가드 대상 품목에서 빠졌지만 대상에 포함된 강선류의 수출 확대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강관을 수출하고 있는 D사도 EU수출 물량은 적지만 최근 미국의 수입쿼터제한 등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돼 상당한 압박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EU 수출액은 2017년 약 22억 달러 수준으로 부산 전체 수출의 14.8%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EU 수출 비중 9.4% 보다도 높다. 부산은 경북, 인천, 울산, 전남에 이어 전국 5위의 철강수출 지역이며 2017년 전체 철강수출 대비 EU 철강수출 비중이 17.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EU 철강재 수출 비중 10.1% 보다도 높아 이번 EU의 철강재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가 부산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U 집행위는 미국의 철강 수입제한 조치가 EU 시장으로 철강 수입이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8일 23개 수입 철강재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잠정 조치를 결정했고 지난 19일 발효됐다. 이번 세이프가드는 최근 3년간 평균 수입물량으로 쿼터를 산정 후 쿼터 초과 수입물량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잠정 조치다. 최종 조치여부는 9월에 공청회를 거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