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긍정적 평가, 향후 협정 이행 관리감독 강화 예고
전문가들, 향후 협정 이행 관리가 최대 관건으로 공식 비공식 협의 요구 증가 예상
미국이 올해에도 자국우선주의 무역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한미FTA를 포함한 무역협정에 대한 이행을 강력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OTRA에 따르면 백악관 직속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2020년 무역정책 아젠다 및 2019년 연차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현 정부의 강력한 무역정책을 통해 노동자 임금 상승 및 고용 확대를 도모, 경제 전반에 활력을 가져 왔다고 자평하고, 미국우선주의 무역정책의 일환으로 ▲전략적 파트너국과 신규 무역협정 추진 ▲기 체결 무역협정 관리감독 강화 ▲WTO 개혁 추진 등을 제안했다.
‘2020년 무역정책 어젠다’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전략적 협력국인 영국, EU, 케냐와 신규 무역협정을 추진한다. 보고서는 과거 오용됐던 자유무역을 지양하고 균형(balanced)과 상호성(reciprocal)에 입각한 공정(fair) 무역협정 체결을 강조했다.
그리고 약식 통과된 미-일 간 2개 협정(무역협정과 디지털교역협정)과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조속한 추가 협상 진행을 예고했다.
보고서는 신규 무역협정 체결 외에 무역협정 및 국내법 집행 강화를 강조했다.
이에 미국 업계 이익을 대변해 자국 무역법을 적극적으로 해석·집행하고 무역협정과 WTO규범에 입각해 상대국의 합의이행 여부를 철저히 감독할 것을 요구했다.
미중 무역협상의 경우 1단계 합의에 명시된 이행강제 조항을 상기시키며, 중국 측 합의 이행에 대한 집중적 감독과 미국 업계 의견 청취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타결된 USMCA에 대해서는 노동, 환경 조항 이행 감독을 위해 실무그룹을 구성하고 범부처 간 협력을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OECD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서비스세 도입 논의에 참여하되 미국 기업에 대한 특정국의 차별적 세제에 상응하는 국내법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시대에 뒤처진 WTO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분쟁조정 제도, 어업분쟁, 디지털교역, 개도국 특혜 등 문제 개선 노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제현실 반영에 실패한 WTO 양허 관세율에 대한 광범위한 조정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히고, 현재 미국의 평균 최혜국(MFN) 관세율과 실효 세율이 모두 3.4%로 브라질(31.4%, 13%), 인도(48.5%, 17%) 등에 비해 과도하게 낮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한미 FTA 개정을 통해 대한국 자동차 수출여건 개선, 한국의 통관검증 절차 완화, 협정 이행관리를 위한 실무그룹 설치 등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또 2019년 한미 FTA 이행 관리에 적극 노력해 왔다고 평가하며, 향후에도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한국의 이행 점검을 촉구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언론에서는 WTO 제도개혁을 주장하면서도 탈퇴 주장을 배제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법률에 따라 5년 주기로 USTR은 WTO 제도의 유익성을 검토하고 의회는 WTO 회원 유지 또는 탈퇴 여부를 표결한다. 현지언론들은 USTR은 WTO 체제 내 개혁을 권고했으며, 현 정부에서 지속 제기됐던 WTO 탈퇴에 대한 의회 결의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WTO 개혁에 찬성하나 관세조정 및 GPA 탈퇴에 대해서는 반대를 표명했다.
대통령 무역정책 어젠다가 발표된 같은 날 미국상공회의소는 WTO에 대한 업계 의견서를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 중인 WTO 양허관세 조정 및 정부조달협정(GPA) 탈퇴가 초래할 통상질서 혼란에 업계의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2020년 무역정책의 초점은 협정 이행 강화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USMCA 이행실적이 올해 대선 국면에서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행 감독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대두됐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USMCA 자동차 및 환경 조항 감독을 위한 범부처 위원회 구성, 해당 조항의 집행 강화를 명령했다.
현지 통상전문 변호사는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의 관리 강화를 위해 미국 측의 공식·비공식 협의(consultation) 압박수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며, 우리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