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어려운 일을 서로 돕는 전통은 우리의 DNA이다

황병성 칼럼 - 어려운 일을 서로 돕는 전통은 우리의 DNA이다

  • 컬럼(기고)
  • 승인 2020.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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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63@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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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지금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문제는 그들과 함께 아파해야 할 정부의 대처를 두고 뒷말이 많다. ‘대구 코로나’라는 용어로 상처를 주더니 이어 대구·경북 지역 봉쇄 얘기까지 나오자 아연실색(啞然失色)한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비판에 부닥쳐 실행되지 않았지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중국인에 대한 한시적 입국 제한조치를 즉각 시행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것은 외면하고 오히려 대구·경북 지역 봉쇄를 대책으로 내놓으려 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한 예방을 위한 필수품인 마스크가 국내에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데 중국으로의 대량 공급을 묵인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그 여파로 마스크 5부제라는 이상한 제도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은 현재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정부가 봉쇄하지 않아도 그들은 자율적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도로는 한산하고 주택가는 주차할 곳이 없다고 한다.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줄이 길게 서 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이니 불안감은 극에 달할 것이다. 불안과 공포 속에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겹다고 호소한다. 아침이 되면 확진자 수부터 검색하는 것이 첫 일상이다. 환자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도 그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민·관이 하나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정세균 총리도 인정했다. 

총리는 “2주간 머무르면서 본 대구는 공직자들과 시민들 모두 아주 질서 있고 모범적으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었다.”며 “‘이게 대구의 품격이구나’라는 마음을 가졌다. 진정한 대구의 품격을 보았다.”고 평가했다.

대구에서 숙박업을 하는 한 사람은 봉사하러 온 공중보건의들이 숙박할 곳을 구하지 못해 고생한다는 소리를 듣고 운영하는 모텔을 숙소로 제공했다. 일반 손님은 아예 받지 않고 모든 시설을 무료로 개방했다. 한 광고회사는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하는 홍보영상을 제작해 배포했고, 시민들은 SNS를 중심으로 대구를 응원하는 ‘힘내라 대구 릴레이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총리의 말처럼 대구시민들의 품격을 보는 것 같다. 

외부 응원도 힘이 된다. 많은 의료 지원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치료와 방역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나온다. 전국의 많은 사람도 ‘대구·경북 힘내세요’ ‘함께 이겨내요’ ‘힘내라 의료진’ 등의 메시지와 함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주민들과 의료진에게 힘을 보탰다. 이와 함께 철강금속 업체는 물론 많은 기업이 성금과 성품을 내놓으며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보면 모른 체하지 않았다. 이것이 곧 향약(鄕約)의 정신인 환난상휼(患難相恤)이다. 어려운 일을 서로 돕는 전통은 우리의 DNA임이 분명하다. 특히 국가가 하지 못하면 민초들이 똘똘 뭉쳐 국난을 극복하려는 사례가 많았다. 임진왜란 때 의병 활동이 그러했고, 독립운동이 그 예이다. 외출과 단체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에 시내 거리가 한산하고, 서문시장상가연합회는 개장 이래 처음 상가를 폐쇄하고 자체 경비로 방역을 펼치는 대구시민의 모습 또한 그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공방에서 재봉틀이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이 공방을 운영하는 부부와 동료가 쪽방 거주자와 저소득 취약계층 이웃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마스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 건물주인은 손님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지 않기로 하는 등 상생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정성과 의지가 대구·경북 주민들에게 큰 용기를 주고, 바이러스와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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