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을 앞두고 배출권거래법(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정책도 바뀌게 됐다.
이번 개정된 시행령은 우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체에는 책임성을 강화한 반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기관(지방자치단체·학교·의료기관·대중교통 운영자 등)에는 배출권을 전부 무상 할당하도록 했다.
또 무상할당 업종을 줄였다. 기존 2차 계획기간에는 62개 업종 중 36개 업종이 무상할당을 받았으나 내년부터는 69개 업종 중 29개 업종만 무상할당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업종은 늘어났고 무상할당 업종은 크게 줄었다.
배출권 할당 단위도 시설에서 사업장으로 변경했다. 사업장 단위로 할당된 배출권 범위 내에서 업체가 보다 유연하게 감축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사업장 내 시설의 신설이나 증설 등으로 인해 해당 시설이 속한 사업장의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증가한 경우 배출권을 추가 할당 할 수 있도록 했고 시설의 가동 중지·정지·폐쇄 등으로 인해 그 시설이 속한 사업장의 배출량이 할당량의 50% 이하로 감소하는 경우 감소된 양만큼 배출권을 취소하도록 했다.
그동안에는 배출권이 시설단위로 할당돼 업체가 사업장 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저효율 시설을 배출량이 적은 신규 시설로 교체하더라도 기존 시설은 배출권 할당이 취소되고 신규 시설의 추가 배출권 할당을 업체가 신청해야 했다. 또 고효율 신규 시설로 교체하는 등의 감축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할당량이 감소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이러한 불합리한 문제는 개선됐다.
또 그동안 문제점을 지적돼 왔던 배출권 거래의 활성화를 위한 점도 보완됐다. 증권사 등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도 배출권 거래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했다. 종전에는 할당 대상업체와 정부가 지정한 배출권 시장조성자만 거래를 할 수 있었고 3자 거래는 금지해왔다.
거래 주체가 많지 않고 수급불균형 등 시장 유동성에 한계를 보이면서 거래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에 대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여러 가지 사안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업종의 관련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출 및 국내 소비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경영 악화 불가피한 상황에서 3차 계획기간에는 유상할당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고되는 등 배출권 구매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부담 경감을 위한 대안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다음 주 환경부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수립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배출권할당 계획에 대한 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할당 대상업체 및 협회 등 관계자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 제기된 의견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산업계 등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사안들에 대해 얼마나 의견을 반영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실질적인 감축 효과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데 목표에만 급급한 운영을 해왔다며 현실 가능한 계획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기와 2기에서 나타난 문제점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감축 주체인 산업계와 관련 전문가들과의 보다 활발한 소통을 통해 부담을 줄이면서 효과는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감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