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사회의 때가 묻지 않아서인지 인상마저 풋풋하다. 인사성도 밝을 뿐만 아니라 매사 의욕도 넘쳐난다. 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은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 모습을 보며 상사들은 잘 뽑았다며 칭찬으로 입에 침이 마르지 않는다. 첫인상은 그랬다. 신입사원 때는 다 그랬다. 처음이어서 꿈도 많았다. 애사심도 넘쳐났다. 하지만 초심(初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상처를 입는다. 조직의 쓴 맛은 신입사원의 순수한 마음에 아픈 흠집을 낸다.
희망이 컸기에 실망도 크다. 직장 생활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 회사가 인정해 주지 않는다. 조직의 인간관계가 직장 생활을 좌우할 만큼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많다. 중소기업일수록 더욱 심하다. 이러한 이유로 밝던 신입사원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에 직장 생활이 즐겁기는커녕 스트레스만 쌓여가는 지옥이 된다. 회사 가기가 두려워진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된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겪는 진통이자 통과의례이다.
그러니 직장 생활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을 증명하는 자료가 있다. 생업으로 삼는 일에서 매일매일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수준으로만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세계 최하위권(하위 10위권)에 속한다. 미국의 갤럽이 2021년 기준 각국 자영업자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일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느낀다’라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90%를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이 속에 포함되지 못했다.
일의 즐거움은 정서적 개념으로 기존의 직무만족이나 직무몰입과는 비슷하지만 확연히 다른 면도 있다. 일은 힘들지만 높은 성과나 경력 개발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의 성과는 높다. 하지만 이들이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정서적으로 일을 즐기고 좋아하는 비율은 선진국보다 계층 갈등이나 경쟁 문화·업무 강도가 낮은 후진국일수록 높다. 개인의 정서는 중요하지 않고 성과만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일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직장인의 삶이 정상적일 수 없다. 일을 즐기는 직장인이라면 그 삶도 풍성할 것이다. 반대라면 힘겹고 암울한 삶의 연속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직장인들은 연봉이 높은데도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다. 국내 대기업의 평균 연봉은 6천만 원에 가깝다. 하지만 평균 근속연수는 10년에 불과하다. 철강업은 12.6년이다. 높은 연봉을 포기하고 퇴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이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빵만 해결하면 만족했던 과거 직장생활과 다른 시대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 변화에 회사가 적응하지 못하면 인재를 오랫동안 붙잡아 놓을 수 없다. 일이 즐겁고 보람되게 하기 위한 직장문화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상하를 강조하는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먼저 허물어야 한다. 위에서 일을 시키면 아랫사람은 그 일만 주야장천 하는 문화에 우리는 익숙해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 따졌을 때 결과를 보면 놀랍다. 상사가 시킨 일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의 성과는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업계에는 아직 폐기해야 할 문화가 유산처럼 남아있다. 사람을 못 구해 쩔쩔매는 원인이기도 하다.
신입사원의 밝은 얼굴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직장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자신이 맡은 일이 즐겁고 보람이 있어야 회사도 덩달아 발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밑에서 보다 위에서 먼저 변해야 한다. 상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군대처럼 계급을 앞세워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났다. 군대도 변화고 있는데 수직적인 직장문화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없다. 마치 콘크리트처럼 공고한 이 벽을 허물어야 즐거운 직장생활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의견을 스스럼없이 개진할 수 있는 문화가 일반화돼야 한다. 여기에 회사가 워라벨을 보장해준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