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 생산업체들 선도적 운영, 주요국 고로업체들도 관련 기술 개발 진행
높은 인프라 구축 비용 및 기존 녹색기술 대비 낮은 대중적 수용성 해결 필요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 세계 철강업계는 탈탄소 철강 제조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탈탄소 제강기술에 대한 단일 솔루션은 없으며,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단일 기술 혹은 여러 기술을 조합한 기술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수소환원제철기술,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전기분해제철기술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이 중 ‘탄소 포집 및 저장(CCS)’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 장소로 운반한 후 대기 중에 들어가지 않는 곳에 침전시키는 일련의 기술을 의미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주로 폐유전이나 가스전, 안정된 지질층 등에 저장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3개의 상업용 CCS 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19개)은 북미에 위치하고 있다. CCS 공장 중 14개는 천연 가스 처리 공장에 연결되어 있고, 1개는 전력 부문에 있으며, 나머지는 화학, 수소, 비료 및 철강을 포함한 여러 다른 부문에 존재한다.
CCS는 잠재적으로 철강 분야의 모든 부문에 적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기존의 통합 제철소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고로를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유럽 ‘ULCOS 프로그램’은 후자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해당 프로그램은 가스 재활용 용광로 설계를 목적으로 한다. 다만 철강산업 분야에서 시범적인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용광로 제강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아직 시범 운영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현재 주요국 철강업계는 CCS 기술 개발 및 투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직접환원철(DRI) 제조공장들은 CCS 시설을 선도적으로 운영 중인 곳도 있다. DRI 제조공장들의 경우 최근 공정 설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한 곳으로 집중시켜 추가적인 탄소 포집 장비 없이도 CCS 시설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타타스틸(Tata Steel) 네덜란드 공장에서 시범 운영 중인 ‘HISARNA 공정’과 같은 혁신적인 석탄 기반 빙축열 공장은 이산화탄소 농축 증기를 생산할 수 있어 별도의 이산화탄소 포집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부다비에 있는 에미레이트 철강(Emirates Steel)의 DRI 공장은 현재 철강 분야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CCS 공장이다. 이 공장은 연간 8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으며, 이를 압축하여 액화한 다음 50km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폐유전에 저장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공정 내에 이산화탄소가 포집되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 포집 설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또한 테르니움(Ternium)사가 멕시코에서 운영 중인 DRI 제조공장에서도 CCS 설비 운영을 계획 중이다.
DRI 제조공장에서 선도적 운영, 선진국·신흥국 모두 고로 관련 CCS 프로젝트 진행
고로의 탄소 포집은 일본의 ‘COUSE 50 프로젝트’, EU ‘ULCOS 프로그램’, 독일의 ‘ROGESA’ 및 ‘Sarsthal’ 스웨덴의 ‘STEPWISE’ 등 여러 프로젝트에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우선 유럽에서는 아세로미탈(ArcelorMittal)이 현재 고로 가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50~70%를 포집할 수 있는 탄소 포집 시스템을 제작하기 위해 프런트 엔드 엔지니어링 설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세로미탈은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s) 컨소시엄과 협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잠재적으로 벨기에와 프랑스의 철강 제조과정에서 파생된 이산화탄소를 노르웨이에서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회사의 ‘DMX CCS 프로젝트’는 아세로미탈 덩케르크에 CCS 데모 플랜트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소환원제철기술 및 전기분해제철기술이 주로 선진국 철강업체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과 달리 CCS 기술 관련 프로젝트는 개발도상국에서도 폭넓게 진행 중이다. 앞서 언급한 아부다비와 멕시코의 DRI 공장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로 타타스틸은 2021년 잠셰드푸르 공장(Jamshedpur Works)의 고로에서 직접 일일 5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설비를 발주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지속 가능한 개발 시나리오(SDS)’에 따르면 2070년까지 전 세계 철강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75%가 포집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부터 20702년까지 매년 평균 14개의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2070년 누적 기준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의 설비 규모는 연간 기준 15기가톤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2021년 기준 세계 철강업계가 설치한 CCS 설비 용량은 연간 기준 0.0007기가톤에 불과해 향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운송 및 저장 인프라 구축 비용, 낮은 대중적 수용성 등 해결해야 CCS 기술 확대 가능
또한 CCS 시설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대량의 압축된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운송하고 저장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액화 또는 압축된 이산화탄소를 지상 혹은 해양의 저장장소로 운송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으나 실제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비용이 들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아직 CCS는 수소환원제철기술이나 전기분해제철기술과 달리 대중적인 수용성이 낮은 편이다. 많은 환경 NGO들은 CCS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고, 위험한 기술로 보고 있다.
그리고 폐유전과 폐가스전 등 대규모 지하시설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미국 텍사스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도 높은 편이지만 유럽 등지에서는 주민들의 반발로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체로 지역 주민들은 CCS 시설이 자신들의 안전 및 재산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IEA에 따르면 CCS 시설 운영에 기존 기술 대비 10~50%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아직 시설 운영과 관련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CCS 기술이 상용화되고 확대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