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제강사, 새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2008-10-10     정하영

 철근 시장이 또 다시 시끄럽다. 

  한동안 조용하더니 가격 변화 요인이 발생하자마자 갑론을박이 또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끄러움의 주제는 원가가 내렸으니 가격을 내려달라는 요구다. 그런데 일견 보면 수요가인 건설사들의 주장이 그럴듯한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미분양 가구 수는 국토부가 공식 집계한 기준으로 7월말에 무려 16만호를 넘어섰다.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 소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최근에는 금융 경색도 어려움을 더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어려움에 있는 건설사들이 지금 죽겠으니 철근 구매비용이라도 좀 내려달라는 요청이다. 
  일반인들이 보면 명분도 있고 사정도 딱하니 가격을 조정해주지 않는 철근 제조업체들이 밉게 보일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제조원가 하락에 따른 제품 가격 조정은 시기상조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원자재인 철스크랩(고철) 구입시기와 투입시기,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이유로 아직은 종전 이상의 높은 제조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과거 가격 인상 시에 너무 빨리 인상했다는 사실이다. 건설사들도 인하요청 내용에서 이 부분을 강하게 꼬집고 있다. 이렇다 보니 철근 제조업체들의 주장이 옳으면서도 설득력은 잃고 있다는 판단도 선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건설사와 전기로 제강사들 간의 신뢰와 이해가 부족한 것에 있다는 생각이다. 

  이해를 위해서는 대화가 전제되어야 하고 신뢰는 과거 상대방의 진실성과 배려로부터 생겨나는 것일진대, 양 측은 모두 이런 면에서 계속 실기해 왔으며 악연만 쌓아왔다고 판단된다. 

  우선 대화창구 문제다. 제강사들은 건자회(건설사자재직협의회)를 공식기구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건설사들은 제강사들과 문제만 생기면 이들이 나서서 공식입장을 밝히고 행동한다. 이래가지고는 대화가 될 수 없다. 

  두 번째는 전기로 제강사들은 빈번하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곤 한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제강사 관계자들은 그 이유가 건설사 측의 제보와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신뢰가 생길 수 없다. 

  반대로 제강사들 쪽에서도 이해와 신뢰에 반하는 행동이 적지 않았다. 

  건설사 측은 제강사들이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원인도 좀 더 자세히 파악해 볼 필요가 충분하다. 

  두 번째로 건설사들은 과거 끝단면 색깔로 구분하던 규격(SD300이냐 400이냐)을 몸체에 마킹해줄 것을 10여년전부터 요구했다. 그것이 실현된 것은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현재도 소형 규격의 경우 코일철근을 요구하고 있으며 길이단위 관리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제강사들은 좀체로 움직이지 않는다. 명확한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래서는 대화와 신뢰가 생길 수 없다. 

  결국 작금의 사태는 양측의 대화와 상대를 이해하는 배려감이 없기에 문제가 커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진실한 노력이 이제라도 양측에서 우러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