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철강재 가격개입은 절대 안 된다

2012-07-11     에스앤앰미디어
  최근 국내 철강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세계 경제 불황 속에 공급과잉과 판매경쟁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원료가격 상승과 세계 철강재 가격 강세에 따라 국산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했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철강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가격에 개입했다. 말로는 요청이요, 협조를 구한다고 했지만, 공정위 등을 내세운 정부의 위세에 가격 조정은 한동안 불가능했던 기억이다.

  그 결과 철강재 가격 인상은 이미 국제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인 5월에 단행됐으며 국내 기준가격은 국제가격과 큰 괴리를 갖게 됐다. 이는 곧 수입재가 국내 시장에 크게 확산되는 기폭제가 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물론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 폭이 과도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 정부의 가격 개입이 시장의 혼란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또다시 철강재 가격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경부는 기준가격과 실제가격의 괴리 때문에 많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며 철강재 가격체계 개선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기준가격의 현실화와 가격예시제 도입을 위해 개선방안을 도출해 철강업계에 권고안으로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가격개입은 원천적으로 시장경쟁을 방해하고 자유무역에 어긋나는 일이요 관치행정의 전형이다.

  최근인 지난해 10월에는 국토해양부가 건설사와 철근 제조업체 간의 철근 가격 중재에 나섰지만 아무런 역할도 이득도 얻지 못한 일도 있다.

  혹여 이번 지경부의 철강재 가격체계 조정도 이와 비슷한 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오히려 철강산업의 생사가 걸린 중요한 시기에 오히려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악수가 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현재의 철강시장은 그 어느 때도 경험 못했던 전례가 없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중·일 3국이 안방은 지키고 상대방과 이웃집은 차지해야 하는 어렵고도 미묘한 시기다. 또한, 철강사들은 수요산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이 지난 5월 결정한 기준가격이 현실과 큰 괴리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축소 조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어려운 국면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조정을 못 하고 있다. 또한, 가격예시제 역시 시장을,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수입재가 얼마나, 얼마에 들어올지 모르는데 국산만 가격을 예시하고 이것을 지켜야 한다면 적에게 내 것만 모두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고 말 것이다. 후판 가격 대응이 효과를 거두는 것이 바로 대응 가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수입업자들이 수입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경부의 이번 가격조정 검토가 혹여 일부 수요가의 아전인수 격인 주장에 솔깃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임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