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원산지표시제와 건기법

2013-04-08     에스앤앰미디어
  지난 3월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가 하반기 철강재 수급전망을 발표했다. 올해 국내외 경기 회복 지연으로 주 수요산업인 건설업과 제조업들의 부진이 지속돼 철강재 내수는 지난해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생산은 1.9%나 늘어남으로써 수출 증가, 수입 감소 추세가 지속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우리가 특히 주목할 것은 수입재의 압력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늘어난 공급량을 수출로 해소해야 하나 수출 여건 역시 그렇게 좋지 못해 큰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중국, 일본과의 수출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수입국들의 무역규제 역시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2011년부터 순 수출국으로 전환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시장 안정화 방법은 수입을 줄이는 것인데 이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님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국은 물론 이젠 일본산까지 저가를 무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차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사들은 국내 판매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지사나 사무소 설립을 더욱 늘리고 있다. 또 일본산 열연강판이 강관 등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초저가 오퍼를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재의 압력은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요 자체 잠식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가격적인 측면에서 큰 부담이다. 실제로 철강 제조업체나 유통가공업체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일부 업종은 이미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OECD 가입국인 우리가 국제무역 기준을 어겨가면서 수입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또 일부에서는 저가의 수입 철강재가 수요산업의 경쟁력에 도움을 준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철강재 수입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수입 철강재를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실제로 열연강판과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건도 그야말로 유야무야(有耶無耶)되고 말았다.

  다만 국민의 안전을 이유로 건설기술관리법(건기법)을, 소비자의 피해 방지와 유통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원산지표시제를 확대, 강화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도마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지가 발행 중인 스틸마켓 4월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확대 시행된 원산지표시제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홍보가 부족하고 품목별로 명확한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우선 문제로 꼽았다.

  또한 제도 자체의 시행 및 관리감독, 적발, 시정조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건기법이나 원산지표시제 모두 그 뜻은 좋으나 실제 시행 과정에서 여전히 부족한 점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차제에 2% 부족한 관련 법과 제도의 명확한 세부 규정을 빨리 마련하고 더욱 적극적인 홍보와 관리감독, 시정조치 체제를 갖추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