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상가 뒤숭숭 … ‘술렁술렁’
요즘 철강유통업체를 취재하다 보면 이런저런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현재 바닥경기 사정을 보면 대형유통은 그래도 한 숨 돌리는 분위기이지만 2·3차 중소규모 철강 유통업체들은 판매 부진에다 대금회수도 제대로 안 돼 걱정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과 석유화학플랜트 등 경기부진 업종과 맞물려 있는 제품일수록 하소연이 많다. 최근 인천부두 소재 후판을 주로 취급하는 한 물류회사 영업직원이 하치장에 있는 거래처 제품을 팔아 판매대금을 갖고 도망친 사건이 발생했다. 금액이 자그마치 30억여 원으로 알려졌다.
스테인리스 제품은 게릴라 작전식으로 모 업체가 기습적인 가격 인하로 인해 유통업체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강봉강 제품의 내수시장 판매가격도 너무 어지럽다는 반응이다.
모 유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특가판매로 ‘너만 줄게’라고 말하지만 사실상은 일정 주문 물량만 되면 가리지 않고 공급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유통에서는 대리점 간 서로 거래처를 빼앗는 복마전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을 무시한 가격쟁탈전이 벌어지다 보니 묻지마 영업이 횡행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대표는 세상에 3대 거짓말이 있는데 첫째가 “처녀가 시집을 가지 않겠다”는 말이고 둘째는 “노인이 그만 살고 죽어야지” 하는 말이고 셋째는 “장사꾼이 남는 게 없이 손해 보고 판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 경기사정이 워낙 안좋다 보니 실제로 매입원가 대비 판매가격만을 놓고 보면 정말 밑지고 팔고 있다고 말한다.
“영업해서 남는 게 없다고 말하는데 요즘은 시장 판매가격이 무질서하고 너무 출혈경쟁을 하다 보니 정말로 밑지고 판매하고 있다”며 “손해 보고 판매한다는 말이 요즘은 거짓말이 아닌 실제로 이루어지는 일”이라며 3대 거짓말 가운데 손해 보고 판다는 말은 사실이므로 3대 거짓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푸념한다.
최근 A사의 유통가격 인하를 두고 수입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모 업체가 수입재 방어차원에서 덤핑 제소도 하고 판매가격 현실화를 주장하지만 속내는 내수시장(집토끼)을 혼자 다 먹겠다는 심산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뒤숭숭한 유통업계의 분위기가 언제 바르게 잡힐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