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美 232조 고율 관세 대상국, 우방 중 한국만 포함

상무부, 과도한 수입 철강산업 쇠퇴 경제 악화로 국가 안보 손상
가동률 위해 3개 규제 방안 보고, 규제대상국에 일본 제외 한국 포함
전시용 회의보다는 트럼프 최종 결정 전 실질적이고 유효한 대응 실행해야

2018-02-18     정하영

  어제 발표된 미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권고안(보고서)은 당초 1월 11일(현지시간) 대통령에게 제출했던 것이다. 대통령은 이 권고안에 기준해 90일 이내에 조치방안을 결정하게 된다.

  조사 보고서에서 상무부는 과도한 철강 수입이 철강산업의 쇠퇴를 가져왔고, 이는 미국 경제의 약화를 초래해 국가안보를 손상할 위협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더불어 국방은 물론 국가 핵심기반시설 유지에 필요한 철강을 자국에서 생산하려면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철강산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2011~2016년 평균 74%에 불과했던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도 높은 3가지 규제 방안)

  상무부는 미국 철강산업의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높이려면 철강재 수입을 2017년 대비 37% 이상 줄여야 한다며 3가지 수입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모든 국가의 수출을 2017년 수준의 63%로 제한하는 쿼터(할당)를 설정하거나 모든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두 번째는 동시에 12개 수입규제 대상국에서 수입하는 철강재에는 53%의 관세를 부과하고 여타 국가들에는 2017년 수출량을 100%로 하는 쿼터제를 실시.

  세 번째는 모든 국가의 모든 철강 수입에 대해 2017년 각 국이 미국에 수출한 양의 63%를 기준으로 쿼터제를 실시한다.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7.7% 관세 적용, 수입규제 대상국(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베트남 홍콩)에 23.6%의 관세 부과, 모든 국가별 알루미늄 수출액을 지난해의 87.7%로 제한하는 철강과 거의 비슷한 3가지 수입 규제 방안이 건의됐다.

(정부, 그동안 뭐 했나?)

  이번 상무부 권고안에 대해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침착하고 주도면밀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한국산 철강에 강력한 규제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미국 정부와 정치권 설득 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산 철강재가 미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가 별로 효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보다 높은 수입규제가 적용되는 12개 수입규제 주요 대상국에 포함됐다.

  무엇보다 상무부 권장안은 이미 1개월 이전에 백악관에 보고된 내용이다. 따라서 새로운 것도 아닌데 어제 발표 직후 정부가 나서서 주요 철강업체 대표들을 불러 모아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것은 ‘전시 행정’ 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7일 회의에서 산업부가 내놓은 대책은 말 그대로 여전히 원칙론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준비가 부족한 회의, 실속 없는 회의보다는 사안별, 목표별 활동 목표와 방안을 수립 시행해야 함은 물론 설득 대상자 선정 및 실행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철강 수입규제 대상국에 우리는 포함된 반면 철강 대미 수출 1위 캐나다를 비롯해 수출량이 많은 일본, 멕시코 등은 제외된 것은 심각한 반성과 피드백이 필요한 일이다.

 

(향후 전망과 대응 방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상무부 권고안을 근간으로 오는 4월 11일까지 철강 부문, 4월 19일까지 알루미늄에 대한 최종 조치를 결정, 발표해야 한다.

  따라서 1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 정부와 철강 알루미늄 업계의 보다 분석적이고 주도면밀한 대응 노력 여하에 따라 대미 수출 여건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철강이나 알루미늄 각각 3가지 수입규제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대적인 득실을 따져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것이 최종 조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 정부, 정치권, 업계 주요 인사에 대한 우리의 논리 설득 작업도 대상자 선정은 물론 보다 강력한 설득논리와 함께 주도면밀한 실행이 꼭 필요한 일이다.

  또 수입규제 대상국의 면면을 보면 대중국 수입량이 많고 미국에 많은 양을 수출하는 국가들이다. 실례로 대상국에서 빠진 캐나다, 일본, 멕시코, 영국 등은 모두 대중국 수입량이 많지 않은 국가들이다. 더불어 미국과의 오랜 동맹 국가들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한국의 경우 동맹국임에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FTA 재협상은 양국이 통상 논리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번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결정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상호호혜의 원칙과 합리적, 논리적 협상이 요구되는 이유다.

  또 최근에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및 철수 가능성이 연일 거론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와 트럼트 행정부 간 관계가 심상치 않은 것도 232조 최종 조치 결정을 앞둔 시점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