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냉연 업계, 수출 호시절 끝…“이젠 전쟁”

동국제강 도금재 및 컬러강판 미 수출 물량 상당
반덤핑 대상 제외됐던 석도강판, 동부제철도 타격
국내 업체들 올해 수출 확대 전략, 시작부터 차질

2018-02-19     문수호

  냉연 업계가 지난 2년간 원달러 환율을 등에 업고 수출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수출 부문에서 여러 모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냉연 업계의 수출 부문은 올해 여건이 좋지 못하다. 문제는 하필 올해라는 점이다. 올해 냉연 업계는 어느 해보다 수출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이유는 생산능력 확대로 인한 공급 과잉 물량을 국내에서는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가 정체된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 여력이 없어 대부분의 업체들이 수출 부문의 확대를 꾀하고 있었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수출 물량을 늘려온 업체들도 어려움 상황에 직면했다. 동국제강은 2016년 9월부터 9CCL을 가동하면서 대부분의 물량을 해외 수요로 충당하는데 성공했다.

  그중 가장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 미국이었다. 미국 시장은 동국제강이 유일하게 한 자릿수 관세율을 받으면서 알토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젠 동국제강의 물량들이 기존 동남아시아 시장을 비롯해 유럽 등 세계 각지에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작년에 미국 수출이 좌절돼 타 지역으로 분산된 국내 타 냉연 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 美 수출 타격은 현대제철,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 다양 
  비록 냉연 업계가 이미 반덤핑 제소를 받아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틈새시장에서 수출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었다. 현대제철은 관세율 47%에도 불구하고 앨라배마에 있는 스틸서비스센터(SSC)에 연 40만톤의 냉연강판(CR)과 (GI)를 수출하고 있다.

  만약 53%의 추가 관세가 붙으면 100%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한다. 24%라 해도 71%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내야 하는 처지다.

  동국제강과 동부제철도 미국 수출량이 상당하다. 월 1만톤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동국제강은 아연알루미늄도금강판(GL)과 컬러강판을 수출하고 있고 동부제철은 석도강판의 주요 수출지가 미국이다.
이들 업체들의 물량이 미국에서 기존 시장으로 옮겨지면 그야말로 냉연 업계는 수출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은 8.75% 관세를 내고 있고 석도강판은 반덤핑 대상에서 제외됐었지만 이번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시 어떤 결론이 나든 추가로 24% 또는 53%의 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강판 역시 일부 수출하고 있는 알루미늄도금강판 물량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신생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데 미국으로의 판로 확대는 기대도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기존 반덤핑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낮은 관세율을 부과받은 업체들도 더 이상 미국 수출은 힘들게 된다. 미국 내수가격이 타 지역 대비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이 정도의 관세를 내고 판매를 할 만큼의 메리트는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올해 전략 너도나도 수출…내수보다 경쟁 치열?
  냉연 업계의 올해 전략 중 공통된 것 중 하나는 바로 수출 확대 전략이다. 이는 내수 시장의 수요 고갈로 인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올해 냉연 업계는 생산능력 확대로 수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국제강의 9CCL 가동에 이어 디케이동신과 아주스틸 등이 추가 라인을 설치했고 세아씨엠 역시 합리화를 통해 수출 극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었다.

  포스코강판은 올해 하반기 4CCL 가동을 앞두고 있어 수출 부문 확대가 절실했다. 또 도금재 역시 포스코의 7CGL이 가동되고 있고 현대제철의 순천 신규 CGL 라인 역시 올해 초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결국 이 물량들을 국내에서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수출만이 살 길이었는데 미국에 판매되고 있는 물량들마저 경쟁이 될 것으로 보여 어느 때보다 수출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라는 문제까지 겹치면서 수출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어려워지면 결국 내수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내수와 수출 모두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불씨도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통상무역 여파가 냉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