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열처리 나성기 대표
“고유기술과 노하우 갖춰야 생존 가능”

“뿌리산업 지원, 해당 산업분야 통합 지원으로 해결해야”
“인력난으로 향후 뿌리기업 가족 회사 형태로 운영될 듯”

2017-01-19     엄재성 기자

수요산업의 부진과 장기화된 국내외 경기침체로 불황을 겪고있는 뿌리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 고유의 독자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포 천지열처리 나성기 대표는 17일 본지와 만나 “올해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 산업용(고압A) 전기요금 인하 등 뿌리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위한 각종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자체의 독자적 기술과 노하우”라며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1987년 광덕열처리에 공채로 입사해 만 5년 간 근무한 후 1993년 천지열처리를 설립했다.

현재 김포시 학운산업단지 650평의 대지에 위치한 천지열처리는 산업용나이프(칼) 열처리 분야에서는 국내 선두 업체로 꼽히고 있다. 실제 천지열처리는 1500㎜ 이상 나이프용 특수강 열처리 분야에서는 국내 유일의 독자기술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천지열처리는 진공, 고주파, 대형소둔 등의 열처리를 전문으로, 15명의 종업원이 연간 15~1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나 대표는 올해 열처리업계를 포함한와 산업전망에 대해 “올해 불황으로 예년보다 매출이 10~20% 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뿌리기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만이 아니라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대표에 따르면 뿌리업종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대부분이며, 그 중에서도 열처리업계는 규모 자체가 영세한 경우가 많다. 자체적인 부품 개발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업체들도 있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상당수 업체들은 부품산업에 진출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나 대표는 설명했다.

최근 뿌리업계의 경영난과 관련해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업체의 부상을 꼽고있다.

이에 대해 나 대표는 “중국의 열처리산업이 한국보다 25년 앞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분야마다 차이가 있다”면서 “중국에는 일본과 대만의 열처리업체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데 일본이나 대만 업체들의 경우 국내 업체들보다 다소 기술력이 앞선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 열처리업체들이 아직 국내 열처리업체를 따라오려면 멀었다”고 주장했다.

나 대표는 현재 뿌리업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구 노력과 보다 정교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현재 뿌리업계 최대 관심사인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와 관련, 나 대표는 “열처리조합의 경우 애초 설립 당시부터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최대 목적으로 했다, 현재 활동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뿌리업계만을 위한 전기요금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천지열처리의 경우 다른 열처리업체와 달리 주간에만 작업을 하고, 밤에는 노(爐)만 가동한다”며 “전기요금이 월 매출의 16~17% 가량을 차지, 타 업체들보다 비중이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 열처리업체는 24시간 설비를 가동해야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멈춘 열처리로를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최소 12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많은 열처리업체들이 하루 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간에만 설비를 가동하고도 채산성을 확보한 비결에 대해 나 대표는 “국내에서 1500㎜ 이상의 나이프용 특수강 제품은 천지열처리가 독보적 기술력을 갖고 있어, 적정 수준의 납품단가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 대표는 “납품단가 외에 납기 또한 영향을 크게 미친다”고 전제한 후 “프레스금형 등 납기가 촉박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공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하지만, 우리는 납기에 여유가 있어 공장을 24시간 가동할 필요가 없고, 이에 따라 전기요금 압박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천지열처리의 매출 60~70%는 현대제철과 세아제강 납품으로 발생되며, 포스코와 관련한 매출도 상당하다. 게다가 이 회사는 은행 대출이자의 1%에 해당하는 상생자금을 포스코로부터 받고있다.

나 대표는 “원래 칼날은 수입제품이 많은데 천지열처리에서는 수입대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독일의 명품 칼인 쌍둥이 칼과 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처리기술과 특수강 소재기술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두 회사 제품이 기술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다만, 소재의 차이라는 것.

그는 뿌리업계의 인력난에 대해 “예전의 열처리업체들은 환경이 열악해 많은 취업준비생들과 부모들이 근무환경(2교대제)에 대해 나쁘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실 3D(더럽고,어렵고,위험한) 업종의 구인난이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1989년 일본에 연수 시 일본에서도 열처리업종을 비롯한 3D 업종의 구인난이 심각해 대부분 가족회사로 운영되는 업체가 많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 대표는 “국내 열처리업계 종사자들 대다수가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라는 말을 한다”며 “앞으로 뿌리업계도 일본과 같이 가족 중심으로 운영하는 회사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삼락열처리, 영풍열처리 등 국내 유수의 열처리업체들은 현재 2세 경영에 들어가는 등 가족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나 대표는 이와 관련, “현재 큰딸은 컴퓨터를 전공, 해외취업을 준비 하고 있다”며 “올해 대학에 입학한 아들에게는 열처리 연구개발자의 길을 걷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뿌리산업 진흥정책에 대해 나 대표는 “정부 정책이 일부 상위기업에만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에서는 뿌리기업이 알아서 ISO(국제표준기구)나 특허를 취득하라고 하고, 뿌리업체가 이들 인증이 없으면 아예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뿌리산업의 경우 자체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부 정책은 해당 업종이 속하는 산업에 대한 통합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출신을 천지열처리 고문으로 영입했는데, 중진공을 통해 시설자금과 운전자금을 지원받고 있고 연구개발도 추진하고 있다”며 “무작정 기업을 지원해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 시행 전에 실효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대표는 연구개발(R&D)에 대해 “열처리 업종의 경우 직접적인 제품 개발이 드물기 때문에 생산장비 개발에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나 대표는 “회사는 직원들의 경제적인 부문을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그동안 나이프용 특수강 제품의 열처리에 주력했는데, 앞으로 독일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산업용기계부품을 국산화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천지열처리는 현재 3~4개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