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과 지속과 핵심 리더가 관건이다
기업의 지속 생존성장은 말 그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은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41%로 조사됐다. 신생기업 10곳 중 6곳은 3년 내에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산업화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도 10대 기업의 부침은 극심하다. 1세대 기간을 대략 30년으로 보고 30년 전 국내 기업의 순위를 살펴보자. 1986년 10대 기업은, 현대, 대우, 삼성, 럭키금성, 국제, 쌍용, 경남, 범양, 효성, 선경의 순이었다. 2016년 10대 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한진의 순이다.
30년 동안 10위 이내를 유지한 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4개뿐이다. 역시 60% 정도가 사라졌거나 10위 이후로 밀려났다.
물론 국내에서만 기업이 영속하기 힘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의 부침은 더욱 극심하다. 최근 60여 년간 포춘 500대 기업의 생존율은 12%에 불과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의 박준하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래를 준비하는 글로벌 장수기업의 엇갈린 운명’ 제하의 보고서는 100년 이상 지속한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GE와 지멘스, 듀폰을 비교했다.
글로벌 기업은 공통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지속적 연구와 개방형 연구개발(R&D)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이들 3개 기업도 모두 공통적으로 미래를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방향, 다른 길을 간 3개 기업의 현재는 완연히 다르다. 무엇이 이들의 성패를 갈랐을까?
124년 역사의 GE와 169년 된 지멘스는 연구 결과를 사업전략 수립, 중점기술 선정 및 브랜드화로 연결하고 사업 재편과 전문가 육성에 역점을 두며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대응을 더욱 일찍 시작한 듀폰은 강력한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이를 실천했으나 사업성과 악화로 다우케미칼과 합병되는 아픔을 겪었다. 주력 사업인 농업분야의 수익성 하락,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의 부진,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핵심리더의 신속한 확보, 기존 사업의 지속적인 성과 실현, 그리고 연구개발 역량 발휘보다 사업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GE와 지멘스는 각 1만 명 이상의 전문가가 있음에도 사업 리더는 외부에서 영입해 신속한 시장 진출에 초점을 두고 기존 사업의 성과 악화 및 주가 하락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영관리도 탄탄히 수행했다.
반면 듀폰은 그간의 성공 방정식인 강력한 R&D 역량에 매몰돼 주력 사업의 수익성 하락, 또 그에 따른 자체 비용, 인원 절감에만 주력했다.
이들을 비교할 때 기존 사업의 중요성, 지속적인 성과를 실현해내는 것, 그리고 이를 주도할 핵심 리더의 확보가 가장 핵심적인 영속기업의 조건임을 파악할 수 있다.
변화의 시대다. 유엔미래보고서도 과학, 환경, 생명,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의 변화는 기업에게도 극심한 경영환경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 철강기업들에게도 극심한 변화의 속도는 이미 주어진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