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수요업체 구매전략 문제 많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현재의 국내 철강금속 산업에 대해 ‘성장활력을 잃었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국내 철강금속 산업은 주 수요산업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내수 수요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발 글로벌 공급과잉과 주요 수출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본격화되면서 수출환경도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 정책에 따른 부담도 갈수록 커지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국내 철강금속 업계의 위기는 경영지표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업체들의 수익성은 급격하게 악화되었고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업종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수익구조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다 급격한 정책변화에 따른 부담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점에서 산업 자체의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철강금속 업체들의 수익구조가 크게 악화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형 수요업체들의 변하지 않는 구매전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구매파워를 앞세운 저가구매 전략에 수익성 악화가 지속돼온 것이다.
그동안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오던 철강금속 업체들도 수익구조가 한계에 부딪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전후방 산업 간의 보이지 않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면서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인 원자재와 제품의 입장 차이가 표출되고 있다. 저가 구매 전략에 따른 불만과 비판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일부 업체들은 다소 구매 전략에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 수요업체들은 바뀌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수요기업들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가장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중국산 수입제품과 같은 수준의 가격을 요구하거나 이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납품업체들로 부터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일예로 에어컨에 사용되는 동관(Copper Pipe)의 경우 중국산 제품을 70%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효율이 더욱 강조되고 있음에도 국내 제품에 비해 품질적인 측면에서 열위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면서 국내 공급업체들에는 중국산 제품과 같은 수준의 납품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에어컨용 동관의 경우 국내에서 모든 제품이 생산, 공급되는 상황에서도 LG전자에서는 할당관세를 요청해 상당한 문제를 야기 시킨 바 있다. 그럼에도 무조건적인 저가구매 전략이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비단 동관 제품뿐만 아니라 컬러강판 등 대부분 자재들이 같은 방식으로 구매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협력업체들과의 상생, 동반성장을 외치면서도 실질적인 상생협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방산업 기업들이 후방산업의 현 상황을 인식하고 상생협력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구매파워를 앞세운 일방적인 압력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고려한 협의가 이뤄져야 하고 진정한 의미의 상생협력 관계 구축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