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이는 숫자에 불과’ 국악에 빠진 철강인-세한철강 이순도 회장

이 회장, “국가의 문화 수준 높아야 기업도 성장” 열정과 패기로 북춤 현역 활동 이어가 취미 생활에서 전문 활동까지 영역 확장

2019-06-03     박재철 기자

<편집자주> “요즘 우리나라 전통 북춤을 비롯해 국악에 대해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 가장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 나이와 상관없이 국악을 할 때 즐거운 감정과 열정이 살아난다”

세한철강 이순도 회장은 15년의 경력을 가진 전문 국악인이다. 철강업에 종사하면서도 틈틈이 연습을 통해 북춤에 대한 실력을 키웠다. 골프채 대신 북을 잡고 매일 4~5시간씩 연습해 늦깎이 국악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60세 이상의 나이에도 젊은이들과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다.

본지에서는 국악인으로서의 삶과 철강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세한철강 이순도 회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세한철강

■ 이 회장, “국악이 취미라 하면 독특하게 보는 편견 깨고파”

이순도 회장은 지난 15년전 충북 음성에서 세한철강의 공장 건립을 계획하면서 많은 시간을 지역에서 할애했다. 당시 음성에서 나름대로의 취미를 갖고자 한 것이 국악을 택하게 됐다.

이 회장은 “음성공장 준공 초창기 공장 안정화를 위해 많은 시간을 그 지역에서 보냈다. 그러다 우연하게 국악 활동을 하는 모임에 참여했는데 가슴이 크게 뛰고 새로운 활력을 느꼈다”며 “시작할 때만 해도 취미로 느꼈던 국악이 어느 덧 사명감을 가지고 국악을 알리는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악 활동을 비즈니스라 생각하지 않고 문화 발전을 위한 하나의 사명감으로 느꼈을 때 더욱 매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골프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지만 국악 활동인 북춤을 익히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국악 활동을 이어온 시간이 나에게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세월이 흐르고 문화가 바뀌어도 우리의 DNA 속에 아직도 옛 조상의 흔적이 남아있 다”며 “국악도 그 중 조상의 흔적이 남아 있는 놀이로 전통 범위 안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를 표현 할 수 있는 수단이다”고 말했다.
 

세한철강

 

■ 버꾸춤부터 무을 북춤까지 ‘신명난다’

북놀이의 유래는 모북(일명 모방고)에서 시작해 모북을 칠 때 삿갓을 쓰고 모꾼 앞에서 북채를 양손에 갈라 쥐고 북채를 지휘봉 삼아 뜬포나 줄틀린 모폭을 지적해 북을 치며 모소리(일명 상사소리)에 맞춰 부르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순도 회장이 직접 공연을 펼친 버꾸춤은 북놀이의 종류 중 하나로 전라남도 해안지역에서 행해지던 농악놀이로 유명하다. 완도금당면에서 전해 내려오던 것을 서한우 선생이 춤으로 무대화했다는 이색적인 이력을 지녔다. 해안 지방은 어업이 주업이었기 때문에 바다에 배를 띄우기 전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제례 의식이 많았고 또 지역 주민들 간의 전통 의식과 마을 행사 등 협동 개념의 두레 행사들이 많았다. 버꾸춤은 그때 행해지는 농악놀이 속에 있던 놀이 중 하나다.

이어 무을 북춤은 경상북도 구미시 무을면 상송리에 있는 수다사에서 도를 닦았던 승려 정재진이 마을 사람들에게 풍물을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정재진의 쇠가락은 무을면 오가리에 살았던 이군선이 이어받아 나름대로 새롭게 만들었다. 이군선의 쇠가락은 무을면 오가리의 이남문과 윤필선, 그리고 무을면 무이리의 최일영 등이 이어받았다.

무을 북춤은 가락이 힘차고 박진감이 넘쳐 전투농악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무을 풍물패를 '좌청룡 우백호 노계홍상 군대'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는 풍물 옷의 색깔과 함께 전투농악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전라남도 진도 지방에서 전해오고 있는 북놀이인 ‘진도 북놀이’는 북을 장구처럼 비스듬히 어깨에 메고 쌍북채를 사용해 자유로운 가락과 묘기를 변화무쌍하게 구사하는 북놀음의 일종이다.

춤의 특징은 느린 굿거리에서 무게 있는 춤을 추며 내면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춤사위를 구사하기도 하며 때로는 투박스럽게 뛰고 힘차게 북을 울려 생동감을 주는 자연스럽고 단순한 춤사위를 연출하기도 하는 등 예술의 다양함을 맛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이 가운데 버꾸춤과 무을 북춤을 출연해 직접 공연을 펼쳤다. 특히 버꾸춤 보존회 상임이사를 역임하고 지난 2015년 제6회 고창 모양 전국 국악경연대회 대상, 제19회 2017 한국종합예술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 고객사에 전통 국악 알려…비즈니스와 문화 홍보 연결

세한철강 이순도 회장은 국악인으로서의 삶과 철강인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다.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철강 사업도 해야 하고 공연도 하고 예능보유자로서 후계자를 양성하는 등 1인 3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고객사에 전통 국악을 알리는데도 힘쓰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 고객사를 포함해 해외 고객사가 당사를 방문할 때 전통 국악을 선보인다”며 “단순한 고객 응대를 위한 자리가 아닌 비즈니스와 문화 홍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철강 관련 공장 준공식 행사 등 전통 국악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악 행사를 진행해도 본인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없다”며 “다만 전통 국악이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통 북춤은 문화 자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연습이 필요하다”며 “개별 행사와는 별도로 앞으로 북춤 자체에 대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