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상호 신뢰관계 지켜야 한다

2019-08-28     윤철주 기자

하반기 조선용 후판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후판 업계가 상반기 원료 수입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높은 수준의 가격 인상을 바라는 가운데 조선업계는 선박 발주 감소로 인상 폭을 하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조선업계가 철광석 가격 하락을 이유로 가격 동결 카드를 내밀고 있다. 조선업계의 무리한 요구로 상호 신뢰가 훼손될까 우려된다.

올해 상반기 협상은 지난 12월에 시작해 올해 5월쯤 돼서야  순차적으로 타결된 바 있다. 당시에도 양측은 상대보다 자신들이 더 어려운 시황이라며 각각 공급가격 인상과 동결(일부 조선사는 가격 인하를 요구)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하반기 협상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야 상반기 협상이 타결(상반기 동결, 대신 하반기 인상 고려)됐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하반기 가격 인상이 잠정적으로 약속된 만큼 이번 하반기 협상의 핵심은 ‘원료 가격 부담을 어느 수준으로 제품가격에 반영할지’로 예상했다.

그런데 최근 협상과정에 커다란 변수가 나타났다. 후판의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연착륙없이 빠른 속도로 하락한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조선업계 일부에서는 글로벌 선박 발주 감소 탓에 연간 수주 목표 달성이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철광석 부담이 줄어든 후판 업계가 가격을 양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상반기 협상에서 이미 가격을 양보받은 사실을 망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올해 글로벌 조선시장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동결 요구는 다소 무리한 주장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을 상대에게 내는 것이 협상일지라도 상호 신뢰관계마저 깨트리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없다. 조선업계는 무리한 주장을 내놓는 것보다 후판업계가 주장하는 인상 폭이 타당한지를 따지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