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환율 상계관세 도입’ 규정 최종 발표

환율 평가절하를 부당보조금으로 간주하는 상계관세 부과 규정 신설 WTO 근거 규정 부재, 타국의 통화정책 침해 가능성, 집행 실효성 등에서 논란

2020-02-07     엄재성 기자

미국 상무부가 환율 평가절하를 부당보조금으로 간주하는 상계관세 부과 규정을 신설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에 큰 제약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KOTRA에 따르면 2월 3일, 미국 상무부는 '환율 상계관세' 도입을 위한 수정 규정을 관보에 게재했다.

‘환율 상계관세’는 타국이 수출경쟁력을 높이려고 인위적으로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행위(환율 조작)를 부당보조금 지급과 동일하게 간주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y)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이는 중국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의도적으로 자국의 환율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수입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공정 교역을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작년 5월 28일 상무부가 최초 제안했던 이 조치는 공개 의견 접수 및 공청회 등 과정을 거쳐 관련 규정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관보 게재 후 60일 후 발효될 예정이다.

기존 상계관세 규정(19 CFR351.503) 개정으로 타국의 환율조작 행위의 수출 보조금 성격을 감시하고, 국내산업 피해에 대한 구제수단을 강화하게 됐다.

상무부는 미국의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인 타국의 환율조작 행위에 대한 실질 제재장치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자평하고, 환율조작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가 본격 가동될 경우 매년 390만~2,100만 달러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 상계관세는 상계관세 조사 절차와 동일하게 미국 피해기업 측의 제소(petition) 또는 상무부 자체 발동으로 상시 조사가 가능하다. 상무부는 인위적 환율 조작이 인정될 시, IMF가 제시한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과 실제 환율 간 차이에 상응하는 관세율을 결정한다. 환율 조작 행위 여부 평가는 재무부에 의뢰하되, 타국 중앙은행이나 통화 당국의 일상적인 통화·금융 정책 행위는 감독에서 제외된다. 상무부가 부당 여부와 상계관세율을 결정하고, 최종 국내기업 산업피해 여부는 종전과 같이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 판정한다.

환율 상계관세는 특정 산업·제품에 적용되며, 특정국의 전체 산업에 포괄적으로 적용되지 않음을 명시했다. 제소된 특정 제품에 한해서만 조사가 진행되며, 해당 수입품목, 대상국가 및 해당 기업에 한정해 개별 상계관세율이 결정된다.

환율 상계관세와 관련하여 미국 현지에서는 미국 국내법뿐만 아니라 WTO 규정에도 환율조작과 상계관세를 연계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이 조치를 강행할 경우 상대국도 동일한 수위로 보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국가별 적정(equilibrium) 환율 산정의 객관성이 부족하다. 상무부가 산정 기준으로 제시한 IMF 국별 실효환율의 신뢰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환율조작 판단을 위해 해당국의 외환 매수매도, 통화정책, 정부 정책의 의도 등 복잡한 메커니즘을 규정할 객관적 방법론도 부재하다.

재무부에서 조차도 이 조치 시행에 따른 외환시장 왜곡현상과 환율정책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역대 미국 재무부의 통화정책은 ‘강 달러’를 기반으로 입안돼 온 반면, 환율 상계관세 제도는 ‘약 달러’를 부추겨 재무부 이해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코넬대학의 에즈워 프래세드 교수는 “미국 정부가 환율-무역을 연계하는 의도를 노골화함에 따라 주요 교역국에 대한 환율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환율 상계관세 제도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미-중 갈등의 2라운드는 환율'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완료된 상황에서 양국 간 환율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위안화 등락 시나리오별 영향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졌다. 중국의 경기부진으로 위안화 약세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대중 환율절상 압력 고조가 불가피한데, 이렇게 되면 미중 분쟁이 재점화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연 2회 발간되는 재무부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월 13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중국,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일본, 스위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과 함께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상무부가 조사하는 환율 상계관세는 재무부의 환율정책 보고서의 환율조작국 지정과는 별개로 진행될 수 있어 국내 철강업계가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