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銅스크랩 세무문제①…업체들만 ’탈세집단’ 색안경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 시행 후에도 세무조사 만연 가공거래·위장거래·신의성실 위반 등 ’입맛대로’ 처벌 스크랩 원천수집 무자료 거래 발생 … 근본대책 절실
동스크랩 유통업체에 대한 세무당국의 부당과세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과거에도 국세청의 무분별한 ‘업체 때리기’가 문제가 되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불법행위 의혹이 아닌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것을 다시 문제 삼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방국세청 조사과 담당자가 바뀌면서 무리수를 던지고 있어 세무행정의 공정성까지 의심이 되고 있다.
동을 비롯한 금속 스크랩 자원들은 철거과정 또는 부산물의 형태로 발생하기 때문에 발생 및 수집단계에서는 세금계산서, 영수증 등의 거래증빙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되는 일이 빈번하다. 흔히 말하는 무자료 거래이다. 가령 각 동네에서 리어카를 끌면서 고철을 수집하는 어르신들에게서 스크랩 수집상들이 세금계산서 발급을 요청할 수 없는 점이 그러하다. 업계에서는 국내 발생량의 30~40% 정도가 이러한 방식으로 수집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집 스크랩에 대해 공급자의 인적사항과 확인이 있는 거래증빙을 매입자료로 대체할 수 있도록 재활용폐자원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가 있지만 고물 수집 어르신들과 같이 개인정보 수집에 어려움이 있고 1인당 공제한도와 공제비율의 축소 등 실제로 적용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현실과 세법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해온 신종의 ‘소득세 폭탄업체’들이 존재할 수 있는 제도적 틈새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세금계산서 없이 구매한다 하더라도 이후 매출과정에서는 현행 부가세 매입자납부제에 따라 매입업체가 부가세를 국세청 지정구리계좌에 선납하기 때문에 조세포탈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세무행정
특히 동스크랩은 물동량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단가가 매우 높은데, 매출 즉시 세액을 포함한 물품대금이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어 회전율과 환금성이 높아 폭탄업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들의 세금 탈루는 분명한 위법행위라 처벌과 징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까지 동스크랩 업계의 공통적인 문제는 세무당국이 여전히 업계 전체를 탈세집단으로 보면서 세무조사와 엄청난 금액의 징벌 과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중·대상 유통업체들은 모두 철저하게 세금계산서를 통해 매입과 매출을 하고 있고, 모든 거래행위는 국세청에 연결된 동스크랩 계좌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스크랩과 돈의 움직임이 투명하다. 그렇지만 세무당국은 위장거래, 가공거래, 신의성실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업체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세무조사를 받은 중부권 대상 A업체 대표는 “이미 과거에 조세심판원 판정을 받았던 내용조차 불법 행위로 단정하고 세무조사를 당했다”면서 “국세청 조사과 담당자가 바뀌면서 당시 증빙자료도 무시하면서 징벌과세를 매기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이 업체는 모든 매입과정에서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하고 거래에 따른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있다. 특히 신규 매입처의 야드 및 계근표, 통장거래 내역, 입출고 차량 출입 CCTV 동영상 촬영, 불시 현장방문 등을 과도할 정도로 철저히 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거래의 투명성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납세에 선도적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관할 세무서는 세무조사를 하면서 매입처 상당수가 가공거래 업체였기 때문에 A사가 위장거래를 했고, 최소한 이 사실을 알고도 거래를 했기 때문에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결국 수백억원의 매출에 대해 추가 과세 방침을 정하고 국세청 본청에 과세사실판단자문을 신청했다.
그런데 A사는 과거에 같은 혐의로 상위 지방국세청과도 어려 차례 논쟁이 있었고 그때마다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세무서가 가공거래 업체로 지목한 매입처 상당수도 검찰조사와 법원 판결에서 대부분 실거래 업체로 무혐의 또는 무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 고가 銅스크랩, 세금 징수에 좋은 먹잇감?
이를 종합해 보면 세무당국의 무리한 세무조사와 과세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무행정이 담당자의 입맛에 따라 움직인다면 공정하고 적법한 행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와 동일한 사업행위에 대해 수차례 무혐의를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동일한 거래에 대해 동일한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올해 다시 다르게 판단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설령 이번에 혐의가 인정된다면 앞서 무혐의 처분은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A사 대표는 "관할 세무서에서 쟁점매입처에 대한 조사종결복명서에 지나치게 의지하여 제대로 조사도 안해보고 모든 매입자료를 거짓으로 판단한 것이라 억울하다"면서 "납세의무를 철저히 했다고 자신하는데, 정말로 탈세를 했다고 한다면 모든 스크랩 업체들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오로지 징세만을 위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강조했다.
최근 A사 외에도 수도권의 여러 업체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 시행으로 적어도 중상 업체들은 세금 탈루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동스크랩 업체들에게 무분별한 세무조사와 징벌 과세 부과가 끊이지 않는 것은 증빙이 어려운 원천수집 스크랩에 대한 과세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동스크랩 거래 전체가 탈세행위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제도 보완 필요성을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서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