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니켈 광산 매각, 정답이 아니다

2021-02-24     박진철 기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한 포럼에서 니켈의 중요성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광산회사는 니켈을 많이 채굴하세요. 니켈을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채굴하면 테슬라는 그 기업과 오랜 기간 엄청난 계약을 할 겁니다.”

강천구

왜 머스크가 니켈의 중요성을 강조한 걸까. 니켈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부각되면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머스크가 니켈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배터리에는 리튬을 포함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가지 핵심소재가 들어간다. 이 중 니켈 양극재의 함량을 늘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숙제다. 배터리 완성 업체들은 니켈 함량을 90% 이상까지 높인 제품을 개발 중이다.

니켈이 2차 전지 배터리 제조를 위한 필수 소재에 속하다 보니 니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에 있는 니켈 광산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니켈을 어느 정도 수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지분을 가진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가 이 광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정부는 광물공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광물공사가 보유한 해외 모든 광산 지분을 매각기로 했다. 니켈은 정부의 6가지 전략 광물 중 하나로, 산업의 귀금속으로 불릴 정도로 값이 비싸다. 스테인리스강, 특수강으로 만들어지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 제조에도 많이 쓰인다. 

현재 암바토비 지분은 일본 스미토모상사가 47.67%, 한국광물자원공사 33.0%, 캐나다 셰릿 12.0%, 포스코인터내셔널 5.87%, STX가 1.46%이다. 그동안 암바토비 사업은 악조건에서도 꾸준히 생산을 이어갔고 니켈 가격도 대체로 상승세를 탔다. 사업 추진 당시인 2006년 톤당 9,000~1만달러였던 니켈 평균가격은 2007년 하반기엔 2만7,000달러까지 치솟았고, 2011년까지는 평균가격이 2만2,800달러 정도였다. 그 후 광물 가격 하락으로 몇 년간 1만달러 선까지 밀렸지만 지난해부터 가격이 꾸준히 올라 현재 3개월 평균 1만5,000달러~1만8,000달러까지 상승했다.

암바토비에서는 니켈 말고도 값비싼 코발트가 생산된다. 코발트는 리튬, 니켈과 함께 2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이기 때문이다. 1월 29일 기준 코발트 선물 가격은 영국 런던 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4만1,250달러(약 4,600만원)에 거래됐다. 2018년 12월 톤당 5만5,000달러까지 오른 후 2년 만의 최고치다. 세계 최대 코발트 매장 지역인 콩고의 광산이 조합원 분쟁으로 인해 조업이 중단된 것이 큰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차츰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로는 역시 최근 뜨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암바토비 사업은 지금의 니켈·코발트 시세와 전기차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전망이 밝다. 2016년 암바토비에서 니켈 4만2,081톤, 코발트 3,273톤이 생산됐다. 무엇보다 전기차 시장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를 2019년 25조원에서 2020년 39조3,000억원, 2021년 56조5,000억원, 2022년 71조5,000억원 그리고 2023년엔 95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앞으로 2~3년 내 니켈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이렇게 중요한 니켈 광물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처는 없다. 니켈 업황은 지난해부터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그래서 암바토비 니켈 광산 사업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다. 그 이유는 첫째,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이고, 암바토비 광산은 전기차를 연간 3만대 정도 제조할 수 있는 매장량을 가진 세계 3대 니켈 광산 중 하나다. 둘째, 자원 시장의 가격 변화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는 니켈, 코발트 가격 상승이 말해준다. 셋째, 이제는 세계 어딜 가도 암바토비만 한 대형 프로젝트를 찾을 수 없다. 일본 스미토모상사가 왜 지분(47.67%)을 늘려 운영권을 확보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니켈과 코발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만약 광물공사가 시장에 내놓은 지분을 국내 기업이 인수하지 않는다면 결국 해외 기업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 기업이 인수할 수도 있다. 자원 확보는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이 없는 우리에겐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미래 세대 생존이 달린 이런 문제를 정권이 방치한다면 그 후유증은 반드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