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8) ESG 경영, 철강·비철금속 당면과제 부상
ESG 경영, 사회 기여를 통한 지속가능 발전 추구 국내업체 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사활 숨은 리스크 확인부터 출발… 탈탄소 등으로 구체화
ESG는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매출, 영업이익과는 관계가 없는 비재무적인 요소로, 그동안 기업의 경영이 성정성에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사회에의 기여를 확대해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철강 및 비철금속 제조업체들에게도 동일하게 핵심 경영전략으로 적용되고 있고, 나아가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도 부상하고 있다.
특히 투자금융기관들은 기업이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지배구조에서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지를 투자의 지표로 삼겠다고 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한 개념이다.
실제로 운용자산 규모가 1경원에 달하고 국내외 유수 대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은 2020년에 투자기업 CEO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에서 “지속가능성을 투자의 초우선 순위로 삼겠다. 기후변화를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겠다. 매출액의 25% 이상을 석탄발전을 통해 얻는 기업에 대해선 채권과 주식을 매도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보냈다. 이어 올해 서한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공개하라. 기업 비즈니스 모델을 탄소중립 경제와 어떻게 결부시킬지 계획을 공개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기업의 장기 전략에 어떻게 통합할지 이사회에서 논의한 결과를 밝혀 달라”고 주문했다.
래리 핑크의 한 마디는 자산운용사, 투자자, 연기금까지 대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파급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의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ESG 지표를 잣대로 석탄 투자기업, 환경오염 유발기업, 노동 착취기업 등에 대핸 입찰을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ESG 경영은 표면적으로는 ‘착한 기업’을 말하는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업이 가진 숨은 리스크를 찾아내고 기업의 가치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SG와 연관된 개념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공유 가치 창출(Created Social Value), 기업 시민의식(Corporate Citizenship),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트리플 바텀라인 (Triple Bottom Line) 등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개별 기업이나 시장 환경에 따라 차별화 된 개념 정립이 불명확해 보인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철강과 비철금속 산업에서는 탄소중립과 관련한 환경 문제가 가장 부각되고 있고, 최근 현장 사고와 관련한 노동·안전·보건 문제도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 현재로선 이에 대한 경영전략 마련에 집중돼 있다.
■ 국내 대표기업 앞 다퉈 ESG 경영 선포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계에 가장 당면한 과제는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0을 목표로 하는 ‘2050 탄소중립’ 계획의 실현이다. 단순히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또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철강업계에서도 ESG 경영은 올해 들어 더욱 이슈가 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이미 지난해 제조업계에서는 처음으로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해 ESG 경영을 본격화했다. ESG 활동을 기반으로 기업시민 활동평가 체계를 구축해 반영하고 있고 이를 통한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제철 또한 ESG 경영을 본격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ESG 전략을 수립하고 운영체제를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문에서는 사업장 인근의 생물종 보호를 위해 실질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활동에 들어갔고 사회부문에서는 인권헌장을 새롭게 개편하고 해외사업장에 대한 인권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조업체인 LS니꼬동제련은 “올해 ’Global No.1 Smelter’의 비전에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성장비전을 더하기 위해 철저한 환경안전관리, 고객 관점의 성장동력 확보, 지속적인 디지털 혁신, 노경화합을 통해 ESG 경영에 철저히 대응키로 했다. 또한 최근 동 산업계 유일한 ESG 인증시스템으로 불리는 카퍼마크(Copper Mark) 인증 취득을 진행하고 있다. 카퍼마크는 동광석 채굴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과 인권을 보호하고 지역상생, 윤리경영 등의 기준을 준수한 기업에게 수여된다. 런던금속거래소(LME)는 동 관련 기업에 대해 2023년까지 책임구매정책(Responsible Sourcing)에 부합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카퍼마크가 그 유일한 인증수단이다.
이처럼 ESG 경영은 기업들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환경 부문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관심과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철강과 비철금속 산업에 있어서 ESG는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다음에서 철강과 비철금속 대표업체 두 곳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 포스코, ESG 성과 데이터 발표…3단계 탄소중립 실현 계획 담아
포스코는 최근 ‘기업시민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CFD(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권고안, SASB(美 지속가능성 회계기준 위원회) 기준 등 ESG 관련 국제표준의 정보 공개 권고사항을 검토하고 반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발간된 이번 보고서에는 추진하고 있는 ESG 사업의 성과 및 과제를 Business, Society, People, Governance 등 네 가지 분야로 분류해 소개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며, 사회, 인권, 지배구조에 있어 ESG 경영을 강조해 ESG를 완성해 나간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는 ESG 핵심 이슈들에 대한 대응 전략 및 중장기 관리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ESG 팩트북을 추가했다. 이는 국내 업계 최초로 ESG 각 영역별 주요 성과 데이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데이터이다.
또한 포스코는 국내 철강사 중 최초로 해외 사업장까지 아우르는 ESG 데이터(온실가스 배출, 사업장 안전 보건 등)도 SASB 기준에 맞춰 공개했다. 포항·광양제철소 중심이던 기존 보고서와 달리 이번 보고서에서는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베트남 PY VINA 등 해외법인까지 ESG 데이터의 관리 및 보고 범위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비재무성과와 재무성과를 종합적 시각에서 보고하는 ‘통합 보고(Integrated Reporting) 체계’에 따라 포스코는 이번 보고서에 ESG성과와 재무성과를 통합 제공했다.
최정우 회장은 “다가오는 대전환의 시대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로 ESG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체질화를 넘어 새로운 기업 경영 모델로 발전시키고 지속적으로 혁신하여 철강 산업의 ESG경영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번 보고서에서 비즈니스 부문을 통해 탄소중립의 뜻을 밝혔다. 포스코는 사업장 감축과 사회적 감축 수단을 병행으로 목표치를 이뤄갈 예정인데, 총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에너지 효율, 저탄소 연-원료 대체 수행이며, 2단계는 철광석과 코크스, 석회석 등을 첨가한 뒤 녹여서 선철을 만드는 과정인 제선 과정에서 탄소저감활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3단계에서는 수소환원과 재생에너지 기반의 제철공정을 구현해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제철공정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기존 제철기술은 석탄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철광석의 환원제로 투입해 순수한 철을 얻어내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반응생성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문제가 지적돼 왔다. 포스코는 수소를 환원제로 투입하는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반응생성물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만 발생할 수 있도록 전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지난 2월 현대차와 ‘수소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상호 협력하고 있다.
이외에도친환경 제철소 구현을 위해 기업시민 경영 및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전체 수익의 10%를 환경에 투자하고, 환경경영 인증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대기오염물질 최소화, 부산물의 자원순환, 용수 최적화 및 재활용, 화학사고 예방, 내실있는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 생물다양성 보전활동 등을 통해 친환경 제철소를 구현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태양에너지 페널 등의 친환경에너지, 차량의 무게를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가스틸 등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스마트 펙토리와 AI 등을 도입해 스마트 팩토리도 구현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560만톤으로, 2019년 8,020만톤 대비 5.7% 감소했지만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인해 조강생산량 감소에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보고서를 통해 2019년 부생가스를 연료 사용하는 복합발전소 인수로 인해 배출량이 증가하는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배출권거래제 3차 계획기간(2021~2025년) 동안 전사적인 감축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Society 부문을 통해 ESG 구매 방침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ESG 구매 방침은 친환경적 운영프로세스를 갖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급사로부터 구매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여 지속가능 구매를 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환경과 인권을 존중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채굴된 책임광물 사용 및 관리를 통해 ESG를 실현하고 있다. 포스코는 OECD에서 작성한 ‘책임있는 공급망 실사 지침’과 PMI(책임 있는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를 위한 연합)가 만든 RMAP(책임 있는 광물 보증 프로그램)을 준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People 부분에서는 안전한 일터, 신뢰와 창의의 조직을 위해 노력한 바를 소개했으며, Governance 부분에서는 포스코의 투명한 지배구조, 책임있는 비즈니스 기반, 경제적 기여 내용을 담았다.
■ LS니꼬동제련, 아시아 최초 카퍼마크 인증 추진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조업체인 LS니꼬동제련은 지난 3월에 아시아 최초로 ‘카퍼마크(Copper Mark)’ 인증심사를 신청했다.
‘카퍼마크’는 지난 2019년 국제구리협회(ICA)가 도입을 주도한 책임인증 제도다. 동광석 채굴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과 인권을 보호하고 지역상생, 윤리경영 등의 기준을 준수한 기업에게 수여하기 때문에 동 산업계 유일한 ‘ESG(Envronment·Social·Governance) 인증시스템’으로 불리기도 한다.
런던금속거래소(LME)는 동산업 관련 기업에 대해 2023년까지 책임구매정책(Responsible Sourcing)에 부합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는 ’카퍼마크’가 그 유일한 인증수단이다.
지금까지 동제련소 가운데서는 LS니꼬동제련과 독일의 아우루비스(Aurubis)가, 광산업체 중에서는 호주 BHP와 미국 프리포트 맥모란(Freeport Mcmoran) 등 총 7개 기업만이 인증심사를 신청했다. 현재 인증을 받은 기업은 호주 광산기업인 리오틴토(Rio Tinto)가 유일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동제련업계는 신규 대형 광산 개발 부진으로 인한 원료 부족과 중국의 지속적인 제련소 건설로 인한 원료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며 제련소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련수수료(TC/RC)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2017년부터 온산제련소를 중심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경쟁사보다 앞서 ESG 경영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 구자홍 회장은 “카퍼마크 인증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ESG경영의 또 다른 축인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ment)에 적극 대응하여 명실상부한 ESG 경영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