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식 중견련 회장 ‘중견기업인에게 고함’...3,300개 중견기업에 친서 호소

3,329개 중견기업 대표에 친필 서신...민간 주도 제도 개선 동참 호소 “2024년 중견기업 일몰법, 대기업 수준 규제될 것”

2022-04-13     윤철주 기자

합금철 전문기업 심팩 회장이자 한국중견기업연협회 회장직을 겸인하고 있는 최진식 회장이 전국 중견기업 대표들에게 민간 주도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제도 개선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지난 12일, 최진식 회장은 3,329개 중견기업 대표에게 친필로 친전 서신을 띄웠다. 서신 에는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축적된 성공의 노하우를 가진 모든 혁신 중견기업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견련 관계자는 “임의로 주소를 파악하는 결례를 범하지 않도록 5,526개 중견기업 중 회원사를 포함해 중견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은 3,329개 중견기업 대표를 수신인으로 한정했다”라며 “다양한 소통방식을 활용해 전체 중견기업에 확산해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인정한 선진국 지위에 걸맞은 변화와 OECD 주요 10개국 평균 수준으로 모든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기업에 불리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가야할 길,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경제를 회복시킬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최진식 회장은 “글로벌 시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기업이라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으며, 기업은 경제의 중심, 최고의 복지이자 삶의 터전으로서 좋은 일자리의 산실”이라며 “산업 생태계의 ‘허리’로서 성장사다리의 복원을 이뤄낼 핵심 기업군”으로 중견기업을 호명했다.

또한 그는 “반기업 정서는 마타도어로, 일부 기업의 특정 행위를 비난할 수 있어도, 모든 기업을 미워하는 사람은 없다”라면서, “국민의 대부분인 근로자들은 기업에서 일하고, 기업의 성과는 사회에 환원돼 공동체에 풍요를 더하는 간단한 원리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사다리 복원이 중견기업의 소명이라면서 전방위 연결의 시대에 연대와 협력은 성장의 기본 조건이라는 팬데믹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중견기업계가 직면한 최대 현안으로 2024년 7월 중견기업 특별법 일몰을 꼽았다. 이에 최진식 회장은 중견련 회원사는 물론, 중견기업계 전체가 특별법의 상시법 전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특별법 일몰로 조세특례제한법상 중견기업 기준이 사라지면 약 5%의 법인세 증가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세 부담이 급증하는 등 대기업과 동일한 규제 부담을 떠안아야 했던 2013년 이전의 막막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로서 경제 성장을 지향하는 중견기업계의 취지는 명확하고, 한국에서 일등이면 세계에서도 일등인 수많은 중견기업의 존재가 선명한 근거인 바, 모든 중견기업인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참여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최진식

 

 

최진식 회장 서신 전문

 

존경하는 중견기업인 여러분,

팬데믹의 몽니가 무색하게도 봄날은 다시금 완연합니다. 天地不仁, 무심한 자연의 섭리 앞에 겸허할 도리 이상을 찾을 수는 없겠지요.

안녕하십니까, 제11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최진식입니다.

모처럼 굳은 손을 들어 늦은 인사를 띄웁니다. 방도가 없어 아쉽게도 인쇄해 보내지만, 진심이 전해지길 감히 기대해 봅니다.

지난 2월 24일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이사회와 총회의 만장일치였다지만, 모든 회원사의 지지가 있었다고 믿을 만큼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서툰 편지를 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존경하는 중견기업인 여러분,

존경한다고 저는 썼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느낍니다. 모든 국부를 창출하는 기업의 역할과 창업주 여러분의 거친 손마디는 언제나 가슴을 격동시킵니다. 간신히 따낸 계약서 앞에 노심초사, 빚쟁이 타박에 직원들의 아우성에 흐린 소주잔 기울이던 나날의 기억이 굵은 주름 속에 또렷합니다. 우리 경제가 그렇게 성장했고, 깎아지른 마천루는 수많은 기업인의 힘겨운 어깨 위에서 솟아올랐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존경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중견기업인 여러분,

‘경제6단체장’의 일원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습니다. 민간 중심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얘기하는 당선인은 자본주의, 시장주의 작동원리와 기업의 역할을 깊이 이해하십니다. 글로벌 시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기업이라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기업이 경제의 중심, 최고의 복지이자 삶의 터전으로서 좋은 일자리의 산실입니다. 그리고 중견기업은 산업 생태계의 ‘허리’로서 성장사다리의 복원을 작동시킬 핵심 기업군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經世濟民의 원리로서 경제에 진보,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왜곡된 관념을 해체해야 됩니다. 반기업 정서가 무슨 말입니까. 지난 세월 정경유착의 어두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기업의 총체적 역량이 국력인 시대에 반기업 정서는 마타도어입니다. 일부 기업의 특정 행위를 비난할 수 있어도 모든 기업을 미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국민의 대부분인 근로자들은 기업에서 일하고 기업의 성과는 사회에 환원돼 공동체에 풍요를 더합니다. 간단한 원리인 것입니다.

OECD 상위 10개국 평균 수준으로 기준점을 정하자고 저는 주장했습니다. 인수위에 전달한 핵심 메시지로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인정한 선진국 지위에 걸맞은 변화를 요청했습니다. 상속세, 법인세 등 세제는 물론이고, 모든 법·제도를 OECD 주요 10개국 평균 수준으로 조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어느 면에선 현재보다 기업이 불리한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입니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경제를 회복시킬 지름길이라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중견기업인 여러분,

팬데믹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전방위 연결의 시대에 연대와 협력은 성장의 기본 조건입니다. 회장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기술보증기금,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말잔치로 끝난 기존의 성장사다리 복원 노력을 넘어 중견기업 스스로 역할을 정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본력과 네트워크 부족으로 정체될 수 있는 초기 중견기업을 끌어올리고, 혁신 벤처기업의 미래를 중견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융합하는 과제야말로 중견기업의 소명이자, 글로벌 전문기업의 성장 토대를 다지는 작업입니다. 여기 어디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을 여지가 있겠습니까. 존경받는 교육자, 존경받는 운동선수처럼 존경받는 기업인도 있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을, 이제 함께 합시다.

중견기업인 여러분,

중견기업 특별법 일몰이 2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2013년 12월 26일의 기억을 떠올리는 분도 계시리라 믿습니다. 선언적인 한계에도 특별법은 중견기업 성장에 유의미한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중견기업 수는 매년 300, 400개씩 늘어 2020년 5,526개로, 고용은 116만 명에서 157만8천 명으로, 수출은 629억 달러에서 933억 달러로 특별법 시행 이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세법상 중견기업 구간이 설정되면서 다양한 수준으로 세금 부담도 완화됐습니다.

이제 다시 한 번,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참여하고, 지원해 주십시오. 중견기업 특별법의 상시법 전환은 물론, 중견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견인할 대오를 형성해야 합니다. 내세울 명분이 아닌,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로서 경제 성장을 지향하는 중견기업계의 취지는 명확합니다. 한국에서 일등이면 세계에서도 일등인 수많은 중견기업의 존재가 선명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

중견기업이 사라진 대한민국 경제는 허리가 끊긴 자폐적 현실로 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타법 개정으로 조세특례제한법상 중견기업 기준이 사라지면 약 5%까지 법인세는 늘어나고 대기업에 비하여 완화된 각종 규제 및 여신 혜택은 한순간에 없어집니다. 2013년 이전의 막막한 상황을 다시금 마주해야만 합니다.

존경하는 중견기업인 여러분,

조금이나마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다. 세금 좀 깎아 달라 우는 소리는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어렵거나 거창한 제안이 아닙니다. 오늘 한 사람을 구하면 세상이 품은 이타심의 총량은 꼭 그만큼 늘어납니다. 새로운 시공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 신명나는 길에 동료 중견기업인들의 동참을 청하고자 합니다.

조선 팔도의 의병과 승병들은 양대 전란에서 불붙은 나라를 구했습니다. 구한말 민족의 명운을 지탱한 지사들, 식민 지배를 끝낸 독립운동가들은 어떻습니까. 권위주의 정권과의 지난한 투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뤄낸 선후배, 동료, 산업화의 현장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오늘까지 이끌어온 수많은 기업인이 바로 새날을 연 시대의 주역들입니다.

기업인으로서 우리에게는 여전히 할 일이 많습니다. 미래 세대에게 자유롭고 행복한, 풍요로운 세상을 넘겨줘야 합니다. 기업인들이 가장 잘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름을 남길 필요도 없습니다. 변화한 새 세상이 바로 명예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功遂身退, 때가 차면 물러나야 하는 원리를 깊이 새깁니다.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내는 데 힘을 보태 주십시오. 저는 그 때 한 명의 건강한 기업인으로서 동료 중견기업인들 옆에나마 나란히 서겠습니다.

늦은 인사의 황망함을 곧 직접 찾아뵙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여 주시길 청합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기다려 주십시오. 아름다운 말은 부족해도 지키지 못할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계기를 만들겠습니다.

 

2022년 4월 12일

벚꽃 구름, 봄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최 진 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