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연동제 시범 운영 전환점 만들어야
중소 납품업체들의 숙원이었던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가 추진 중인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다음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사업자와 하청업체 간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단가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제도로 현재 정부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경영난 가중 등을 고려해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국정과제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모두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의원 입법을 통해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발의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원자재의 가격 변동에 따라 납품대금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하고 최저임금의 상승과 하락에 따른 인건비 변동분도 납품대금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납품단가 연동제’의 제도화는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소벤처기업부의 ‘납품대금 연동제’는 이와는 별개로 추진되는 것으로 시범운영은 9월부터 시작해 6개월 이후 성과를 점검하게 된다.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에 한해 시범 운영할 계획으로 30개사 내외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중기부의 시범운영에 대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제도가 정착돼고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이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불황에 따른 부담 전가, 관행적 단가 동결·인하 등이 주된 이유였다. 더욱이 지난 2년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 단가 결정을 압박하는 관행이 지속돼 왔다.
그동안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도 및 납품대금 분쟁을 사전에 조정하기 위해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더욱이 상생법안 개정과 하위법령 정비해 시행됐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철강 및 비철금속 중소 가공업체들의 경우에도 납품단가 문제로 인해 경영난이 크게 악화되면서 생산중단 등을 검토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동차, 기계, 가전 부문 등 국내 주력 산업의 대형 수요업체들은 여전히 납품 단가 현실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정부에서 적극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지만 무엇보다 대형 수요업체들의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제도적인 조치로 인해 납품단가 현실화가 이뤄지더라도 근본적으로 대기업들이 상생을 위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현실화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도 대형 가전사들은 지속적인 압력을 통한 구매 행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중기부의 납품대금 연동제는 대기업들이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때문에 기대감도 크다. 지난 6월 납품단가 연동제 TF 회의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LG전자,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들이 참여해왔고 시범운영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기부의 시범운영이 기업들의 자율적인 참여가 늘어나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행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