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개편, 유연화 방안 조속히 찾아야

2023-11-15     관리자

정부가 논란을 빚은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향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는 기업 규모나 업무의 성격이 다양한 상황에서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고 자기계발, 육아, 업무량 변동 등에 따라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돼 제도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편안이 ‘주 69시간’ 근로를 부추긴다는 점에 포커스가 집중되면서 논란을 빚어왔다. 제도 개편안의 취지와 달리 ‘주 69시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불합리하고 낡은 근로관행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은 무엇보다 중소기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인력 유입은 늘고 있지만 인력 가뭄을 해갈할 정도는 아닌 상황이다.

중소기업계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납기준수가 어려워지고 심지어 일감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들은 제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설비투자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투자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의 조속한 개편을 통해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여전히 크다.

이러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가 추진한 제도 개편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큰 틀에서는 유지하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취지다. 정부의 설문조사에서도 연장근로 단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지 못했지만 찬성 의견이 높았다. 근로자의 41.4%, 사업주의 38.2 %, 국민 46.4%가 동의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여론을 바탕으로 정부에서는 전면개편에서 물러나 일부 직종에 한해서만 노동시간 유연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유연제는 일이 많을 때는 집중적으로 일을 하고 일이 적은 기간에 몰아서 쉬는 방식으로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근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연장근로 단위를 주 단위로 경직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사업장 별로 노사가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 52시간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운용방식을 통해 자율적으로 노사가 결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서 근로자의 건강권 등은 보호돼야 한다. 또한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해야 하고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의 없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강제근로 처벌 조항으로 엄격하게 규제해야 하고 사용자도 법 준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인 개편 내용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특정 업종에만 국한하는 것보다는 사업장별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