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크랩, 고철 장사 아닌 자원산업으로 인식해야

2024-02-26     에스앤엠미디어

전 세계 철강업계가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것을 꼽자면 수소와 철스크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탄소중립 프로젝트는 철강을 만들기 위한 환원재료로 화석원료가 아닌 수소를 사용하여 온실가스 발생을 제로화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재활용 자원인 철스크랩 활용도를 높이는 것을 두 가지 큰 축으로 한다. 

수소환원제철은 아직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지만 철스크랩 제강기술은 이미 확고한 생산기술력을 확보했고 전체 철강 사이클에 걸쳐 가장 낮은 운영비용 프로세스, 가장 낮은 자본비용, 넷제로를 향한 가장 낮은 온실가스 배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그만큼 철스크랩의 가치가 높고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서도 철스크랩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철스크랩 자급률이 9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갈수록 철스크랩 사용량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철강자원협회는 철자원 상생포럼을 발족시켰고, 산업부는 철스크랩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방안 용역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철스크랩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산업계를 대표하는 철강자원협회는 큰 위험에 처해 있다. 그동안 철강자원협회는 업계 공통이슈에 대한 정책 개발, 정부 및 수요업계와의 가교 역할, 산업 조사·통계 연구 등의 업무를 진행해 왔는데, 이제는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최근 열린 철강자원협회 총회에 참석한 협회 회원사는 6곳에 불과했고, 그 중 정회원은 3개사였다. 위임장 제출로 총회 성원이 되었지만 무구한 역사의 협회 총회라고 하기엔 매우 초라했다. 협회 행사에 낮은 참여도는 회의 진행을 어렵게 하여 이번 총회 주요 안건인 협회장 선임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협회장으로 봉사하겠다는 자원자도 없고, 참석자가 워낙 적다보니 추천도 없었다. 다들 현 회장이 다시 유임되기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회장은 고사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업계가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회장과 집행부 구성이 필요하다. 다시 연임하게 되면 예전과 다를 바가 전혀 없는데, 안된다면 협회 해체마저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협회가 산업계 공동 이슈에 대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이 있지만, 정작 회원사들은 본인들 장사에만 신경쓰느라 협회 활동에 무관심하고 정책 개발에 따른 혜택만 바랬던 것은 아닐까. 수십 년 사업을 끌어왔기에 아직도 고철 장사에만 머물러 있는 기업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제 고철이 아닌 재활용 자원으로서의 철스크랩 산업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해 철스크랩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방안 용역조사에서 가공거점과 비축기지 등을 통해 철스크랩 기업의 가공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 고도화, 금융지원, 입지애로 해소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제시된 바 있다. 여기에는 개별 기업이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산업계 전체적으로 고민하고 대응해야 하는 내용이 대다수다. 하지만 철스크랩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할 협회는 존립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산업 전환기를 맞은 요즘, 철강자원협회가 다시 예전처럼 수백 기업들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산업 단체로 거듭나 제조업 탄소중립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줄 것을 당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