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몇 번을 찍었소?
한 편의 막장드라마가 끝났다. 무대 위에는 웃는 자가 있고 우는 자도 있다. 객석도 마찬가지다. 3월 28에서 4월 9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 드라마는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공약(公約)은 없고 네거티브에 매몰된 무대는 감동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더 많았다. 공복(公僕)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벌이는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자격 없는 자들이 무대에 오른 것은 더 큰 문제였다. 이것은 공히 여와 야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망나니 칼춤처럼 죽은 자는 도태되고 살아남은 자는 또 다른 무대를 준비한다.
그 무대가 앞으로 4년 동안 펼쳐진다. 국가의 미래가 그들의 손에 달렸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국민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본분을 망각한 행동에는 정치는 없고 오직 아집(我執)만 있었다. 당리당략만 난무했고 협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행동이 사람이 바뀌었다 하여 다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행태는 그동안 세습처럼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배울까 걱정될 정도로 우리 정치는 아직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제자리다.
후진적인 정치는 국가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산업 현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정치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각종 제도와 정책 입안이 그것이다. 그리고 잘못된 제도나 정책은 신속히 바꾸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문제다. 국가 이익보다는 항상 당리(黨利)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절름발이 정책과 없어져야 할 제도가 곰팡이처럼 기생하고 있다. 국민이 선출한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가 헌법상 합의체이고 국민의 대표 기관이자 입법 기관이라는 임무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제22대 국회는 국민의 바람을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리당략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현재 글로벌 경제 환경은 몹시 엄혹하다. 네가 죽어야 만이 내가 살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이다. 이것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우리의 생활 형편이 나아지려면 경제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가 기업 경영 활동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기업과 노동환경을 저해하는 각종 제도도 즉시 손을 보아야 한다.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법안을 많이 발의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각종 제도와 정책으로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다.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 철강업계도 향후 국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철강 산업 경쟁력 향상에 힘써온 ‘국회철강포럼’이 믿는 구석이다. 제21대 개원 이래 3년 연속 ‘우수국회의원연구단체’에 선정될 정도로 우리 업계의 신뢰도 굳건하다. 다행히 공동대표를 맡았던 어기구 의원(민주당)이 살아서 돌아왔다. 우리는 지난 국회에서 이 포럼의 모범적 활동을 잊지 않고 있다. 기대가 큰 이유이고 당연히 이번 국회에도 부응할 것으로 믿는다.
이 포럼은 산업계 최초로 만들어진 의원 연구단체이다. 여·야 국회의원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 국내 주요 철강사 및 한국철강협회가 회원으로 가입해 정책 발굴과 연구에 적극 참여하는 우리 업계의 최대 자랑이다. 국내 철강 산업이 직면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 이에 국내 철강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고 국가 경제 발전의 든든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중 의원들의 활동은 적어도 그들을 선택한 국민의 손을 부끄럽지 않게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이번 선거에서 한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여야, 좌우,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하나로 담겠다. 우리 정치가 잃어버렸던 큰 정치, 넓은 정치의 철학을 회복하고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위대한 정치의 씨앗을 다시 심겠다.”라고 밝혔다. 이것이 우리 국민이 바라던 바이고 제22대 국회의 소임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의 눈물 의미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국가 미래를 위해서는 여야의 협치가 필수이다. 이념적 관성에 입각한 갈등의 전장이 아닌 민의의 전당으로서 국회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더불어 국회의원이 한풀이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된다. 국민을 대표하는 공복의 신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특히 실종된 여야의 협치 찾기가 시급하다. 독불장군 식 일방적인 국회 운영이 심각한 갈등을 야기한다는 것을 우리는 뼛속 깊이 경험했다. 다음 국회는 협의를 존중하고 국가와 국민을 우선시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의 손이 더는 부끄럽지 않도록 올바른 처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