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10] 수입재 범람 시대 국산화 통해 수요 확보
철강업계 수입 의존하던 제품·기술 국산화 불황 극복 포스코그룹, 국산화 성공 수산화리튬 고객사 첫 납품 현대제철, 안전한 내진·내화 복합 성능 H형강 ‘주목’
철강업계가 해외 수입에 의존해왔던 제품과 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불황극복에 나서고 있다. 주요국 제조업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주요 제품 및 기술의 국산화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수입재 방어는 국내 철강시장 보호 뿐만아니라 원자재를 공급하는 고로밀과 원자재를 외부로부터 조달해 철강재를 생산하는 단압밀간에 협력 생태계를 구축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고로밀은 국내 하공정 업계의 수익성 유지를 위한 가격 지원 정책을 지속하는 한편 수입량 감소로 국내 시장에 국산재 수요가 증가할 경우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을 통해 하공정업체에 안정적인 소재 공급을 보장할 수 있다.
국내로 유입되는 수입재의 영향으로 한국 철강사들은 오랫동안 생산 물량을 국내가 아닌 수출로 소화해야 하는 기형적인 수출입 구조가 고착되어 왔다. 전통적인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은 자국의 고품질 국산 소재를 적극 사용해 자국 시장에서 철강 수입 비중이 각각 16%와 10%에 그치는데, 이는 한국의 철강 수입 비중이 30% 이상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처럼 수입재의 국내 시장 잠식은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산 철강제품들의 생산량이 감소로 이어져 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한국 철강산업과 수요산업의 경쟁력이 동반 약화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수입재 잠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경쟁력 있는 국내 철강산업과 수요산업이 협업하여 동반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 철강업계 전기로 전환에 전극봉 국산화 어디까지?
철강업게에서 전기로 조업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기로 조업에 핵심 연로로 쓰이는 부자재인 전극봉은 아직 제조 기술을 국산화하지 못해, 매년 4만톤 내외를 전량 해외에 들여오고 있다.
전극봉은 전기로에서 철스크랩(고철)을 녹이는 데 사용하는 소모성 소재(장치)다. 미국과 일본, 중국, 프랑스, 인도, 스페인 등에서 글로벌 과점 시장을 형성 중이다.
이에 금오공과대학 신소재연구소는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탄소소재 전문기업인 카보랩, 금성테크와의 협업을 통해 ‘인조흑연 전극봉 시제품의 사용성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금오공대 연구소는 카보랩 및 금성테크와 지난 2022년 1월 LINC 3.0 산학공동연구 업무협약을 맺고, 탄소·흑연 분야에 대한 기술이전과 공동연구를 통해 인조흑연 제조용 압출장비(1,000톤급)를 국내 최초로 자체 제작한 이후 인조흑연 전극봉의 사업화를 공동으로 추진해 왔다.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현재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개발 중인데, 이 기술은 수소를 이용해 유동환원로에서 환원철을 제조한 후, 전기용융로에서 인조흑연 전극봉을 이용하여 전기아크를 발생시켜 쇳물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전극봉의 안정적인 사용이 전기용융로 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반면에 전기로에 사용되는 전극봉은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해외 메이저 제조사들에 의해 시장이 독과점 되어 있다. 이에 국내 공급과 관련한 이슈가 자주 발생되고 있어 안정적인 수급이 필요한 주요 소재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전기로용 전극봉의 안정적인 국내 수급을 목표로 국내 인조흑연 전극봉과 관련한 연구기관 및 기업을 발굴하기 시작했고, 국내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인조흑연 전문연구소를 갖고 있는 금오공대와 지역 내 탄소소재 전문기업인 카보랩, 금성테크와의 협업을 통해 순수 국내기술이 적용된 인조흑연 전극봉 개발에 착수했다.
본격적인 기술개발은 지난 2022년 11월 포스코에서 지원하는 테크노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되어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카보랩과 금성테크에 수소환원제철용 전극봉의 성능 구현을 위한 전극봉의 핵심요구 물성 등에 대한 기술지원을 실시했다. 이후 금오공대 신소재연구소를 포함한 4개 기관은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용 전극봉의 성능목표치를 설정한 후 집중적으로 개발에 돌입했다.
약 1년여 간의 개발 기간 동안 신소재연구소는 원천기술 제공을, 카보랩은 다양한 원료의 배합기술 및 탄화·함침 열처리 기술을, 금성테크는 전극봉의 형태로 성형하는 압출성형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성형조건을 확보했다. 기술 마지막 단계인 인조흑연 제조의 핵심기술인 흑연화 열처리(2,800℃)와 물성에 대한 평가는 금오공대 연구소에서 수행하여 국내 최초로 인조흑연 전극봉 시제품(Φ100x500㎜) 제조에 성공했다.
■ 국산화 성공 수산화리튬 포스코그룹, 첫 납품 시작
포스코그룹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산화리튬 국산화에 성공했다. 전기차 이차전지에 활용되는 양극재용 리튬의 상업 생산을 본격화한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지난 4월 16일 수산화리튬 제품 28톤을 이차전지소재용 양극재를 생산하는 고객사에 처음 공급했다.
이는 광석원료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적용해 수산화리튬을 상업 생산한 국내 첫 사례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수산화리튬 생산을 국산화해 국내 이차전지소재 원료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1월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수산화리튬 1공장을 준공하고 안정적인 램프업(ramp up, 생산량 확대)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램프업 과정에 따라 점차 출하량을 늘려가고 이 과정에서 생산한 미인증 제품도 테스트용으로 시장에 공급해 글로벌 시장의 공급망을 다변화할 예정이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와 호주 광산개발 회사인 필바라미네랄사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램프업 중인 1공장과는 별개로, 현재 같은 규모의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올해 안에 2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총 4만3,000톤 규모의 이차전지소재용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수산화리튬 4만3000톤은 전기차 약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그룹은 광석리튬 기반의 수산화리튬공장에 이어 아르헨티나에 총 5만톤 규모의 염수리튬 1,2단계 공장을 건설 중이다. 1단계 공장은 내년 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
■ 현대제철 내진·내화 복합 성능 H형강 ‘주목’
현대제철의 내진·내화 복합 성능 H형강은 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기술 개발을 통한 저탄소 제품 국산화 성과를 인정받아 기계·소재 분야 국가개발 우수 성과 19개 중에 선정됐다. 구조물의 고층화 추세에 따라 지진·화재 등의 재해에 대비하는 중요 기술을 국산화했다는 의의가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9년 지진은 물론 화재에도 견딜 수 있는 복합 성능 H형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제철은 건축물 안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난 2004년부터 내진 강재 개발에 주력하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내진 강재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05년 내진 성능이 확보된 SHN(건축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 강재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2016년 SD500S/600S급 내진용 초고강도 철근과 2017년에는 내진용 형강 SHN460의 KS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또한 2017년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내진 강재 브랜드인 ‘H CORE(에이치코어)’를 출시하고 내진 강재를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현대제철의 제품 브랜드 ‘H CORE(에이치코어)’는 올해 안전을 넘어 ‘안심’을 핵심 키워드로 하는 프리미엄 건설용 강재로 한 단계 발돋움했다.
현대제철은 기존에 철근, 형강 등 내진 설계에 적용 가능한 일부 건설 강재에만 한정됐던 H CORE 브랜드를 확대해 토목, 건축, 플랜트 등 건설 전 분야의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후판, 강관, 열연 강판, 냉연 강판 등으로까지 넓혔다.
■ 동국제강, 국내 최초 클래드 후판 상업화 성공
동국제강이 국내 최초로 ‘클래드 후판(Clad Plate)’ 상업화에 성공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오던 클래드 후판의 국내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클래드 후판의 국내 수요는 연평균 2만 톤 수준이나, 공급 가능한 철강사가 없어 대부분 미국산과 일본산에 의존해 왔다.
회사측에 따르면 후판에 스테인리스를 얇게 붙인 ‘클래드 후판’으로 강도와 내식성을 함께 충족함과 동시에, 스테인리스만 단독으로 사용한 후판 대비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 ‘클래드(Clad)’는 서로 다른 금속을 결합해 각 금속의 장점만을 취하는 접합 기술을 의미한다.
동국제강은 상업화에 앞서, 클래드 후판을 활용한 실물 압력용기를 직접 제작하고 강도와 압력 등의 정밀 평가 과정을 거쳐 사용 안전성을 검증했다.
‘클래드 후판’은 주로 화학이나 정유산업에서 기체와 액체를 보관하고 이동할 때 쓰이는 고강도·내부식성의 압력용기, 라인파이프 제작에 사용된다.
동국제강은 2018년 하반기에 특수강사업팀을 당진에 신설하고 고부가가치 신규 강종 개발을 통해 후판 신수요 창출에 나섰다.
■ 세아제강, 클래드 강관 국산화에 최종 성공
최근 세아제강과 철강 실수요 업체, 압력용기 제작업체, 철강·금속 연관 연구소들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에서 협력하여 광폭 압연 클래드 후판을 이용한 강관 및 압력용기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클래드 강관은 소재인 클래드 판재 자체가 전적으로 수입(일본, 유럽)에 의존했기 때문에 제조와 활용에 제약이 많았다. 이에 국내 시장은 단순 협착한 클래드 판재를 사용하거나, 내부식성 합금재와 용접된 강관, 고비용의 일본 및 유럽산 클래드 판재를 수입해 사용한 제품 등이 작은 규모로 공급되고 있었다.
반면 국내 철강업계는 해외의 경우처럼 대규모로 안정적 품질을 가진 클래드 강관 개발 필요성이 커졌다. 스테인리스 등 CRA계 소재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수소 산업에서 수소취성에 강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CRA계 적용 클래드 강관은 수소와 접촉하는 부문에는 내식성과 가공성, 성형성이 좋은 CRA계 소재를 적용하고 일반적인 제품 및 설비의 구조 부문에는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견고한 탄소강 제품을 적용하면 수요자가 원하는 경제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스테인리스나 다른 CRA계 소재만 사용한 강관보다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