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C스틸의 니켈도금강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전 세계 우수한 공급 능력·품질 수준 보유 업체 평가 "품질 안정화 넘어선 품질 향상·신제품 개발 주력"

2024-06-18     손유진 기자

 


4680배터리를 둘러싸고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와 국내 주요 2차전지 수요가들의 수급 이슈가 제기되면서 원소재 공급사인 TCC스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철강 제조사로 분류돼 왔지만 일년 사이 2차전지 핵심 소재 기업으로 주목되며 위상이 달라졌다. 

TCC스틸은 그동안 친환경 철강소재사업을 주도하면서 밸류업했다. TCC스틸은 매출 비중의 과반을 차지하는 주석도금강판 제품 등에서 중심을 잡으면서 니켈도금강판(NPS)를 통해 2차 전지 사업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TCC스틸은 지난 2021년 약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 2호 NPS 생산 시설에 대한 건설 계획을 공시했고, 2023년 11월에는 신규 라인 준공식도 마쳤다. 해당 시설은 기존에 생산하던 NPS의 제조 역량과 품질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TCC스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는 2차 전지 업체들의 4M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 자신감의 근원, 국내 석도강판의 선구자


 


TCC스틸의 자신감의 근원은 석도강판의 국산화에 도전해 성공해 낸 경험이다. 

동양석판으로 설립된 TCC스틸은 지난 1962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식음료캔의 원소재인 주석도금강판을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석도강판을 생산한 지 10년 만에 수출의 기회도 잡았다. 이전까지는 국내 통조림 수출에 따라 간접 수출을 해왔지만, 대만 정부의 입찰에 참가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직접 수출로 전환하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1972년 10월 처음으로 수출품을 선적할 당시 손열호 명예회장은 직원들에게 "불량품은 바다에 던져버려라"며 "품질만이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언급했을 만큼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국내 석도강판의 수출 경쟁력 제고를 먼저 앞세웠다. 

수출에 전념해온 결과 TCC스틸은 1982년 제19회 수출의 날에서 '1천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TCC스틸의 수출 규모는 2억 달러로,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6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고 있다.

제품 뿐만 아니라 철강 프랜트를 수출하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현지 석도강판 회사 설립하는 데도 투자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서도 성장해왔다. 
 

미국


오하이오 코팅 컴퍼니(Ohio Coatings Company)는 지난 1994년 미국의 윌링 피츠버그사와 합작해 설립했다. 특히 현지에서 조달가능한 일부 기계류를 제외하고는 TCC스틸이 자체 제작 설비로 공장을 열었다. 미국에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신규 설비로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미국 진출 계획을 접한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보다 기술 수준이 처지는 곳으로 가서 사업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선진국에서 제조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며 만류했다. 실제로 원판 공급을 약속했던 윌링 피츠버그사 냉연공장 직원들의 파업과 원판 확보에 따른 생산원가가 상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명한 목표와 선량한 관리라는 경영 기조를 지속했다. 그 결과 현재 TCC스틸은 연 25만톤 규모의 주석도금강판을 미국 내수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오고 있다. 

TCC스틸이 석도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평가다.

TCC스틸은 빠른 결실보다는 우리 손으로 해낸 것이 의미가 있다는 채찍질 속에서 성장해 온 회사다. 반세기 전 생산시설도 기술도 없었던 시절 선진 기술을 집약해 스스로 생산설비를 만들었다. 또 직원 교육에 집중해 외화를 절약하며 플랜트를 직접 건설하기도 했다. 많은 기업들이 외국산 선진 설비 도입만을 고집하는 와중에서도 회사는 장기적인 안목을 두고 설비와 제품 국산화에만 관심을 뒀다. 이런 창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최근 준공된 NPS라인의 도금 라인은 TCC스틸의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됐다.
 


○ 20년 넘게 준비했다


 

TCC스틸은 2001년 NPS 생산에 성공했다. 이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국내 최초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는 달리 제품을 구상한 것은 이보다도 훨씬 전이다. 

TCC스틸의 '동양석판 50년사'를 보면 1982년 초 건전지 외피 및 건강음료관 등에 사용되는 전기니켈도금강판(Nice-Top)설비를 기존 2호 라인에 설치했다는 내용이 있다. 당초 석판의 용도가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더욱 광범위해지는데 비싼 주석을 쓸 필요가 없는 부분도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디지털카메라 등 전자제품에 대한 첨단 기능이 부가되면서 순간적으로 필요한 출력 전류와 전압이 높아지자 순간적으로 필요한 출력 전류 및 전압도 높아졌다. TCC스틸은 기존 제품 스펙을 제고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수요 대응 방안을 찾아나갔다. 오늘날 TCC스틸의 NPS 기술력은 반세기 이상 이어온 도금에 관한 기술력이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온 결실이다. 

TCC스틸의 NPS 생산은 2001년 10월 건전지용 NPS 생산설비를 1호 라인에 준공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NPS의 주요 수요처는 1차·2차 전지관, 자동차 연료 급유관, 문구류 바인더 및 브라운관 이너실드 등 용도로 사용된다. 이 가운데서도 TCC스틸은 전지관의 재료에 주목했다.

TCC스틸은 열처리를 하지 않은 NPS를 전지관으로 가공하면 관 내면에 많은 미세 크랙(Crack)이 발생해 철이 용출돼 전지의 수명이 줄어드는 문제점을 찾아냈다. 이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열처리 NPS 개발을 추진해 전지의 수명은 물론 가공내식성을 확보했다. 

생산 당시부터 열처리 방식의 전환으로 NPS의 높은 전지 품질을 유지해왔던 것은 현재의 원통형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소재 기술의 핵심이 됐다.

TCC스틸은 지난 2021년 1월 '내식성이 우수한 니켈도금 열처리 강판 제조 방법 및 이로부터 제조된 니켈 도금 열처리 강판' 공개 특허에서 "본 발명의 열처리 강판을 적용 시, 최종 전지 제조업체(내용물 충진업체)에서 이차전지 내용물을 충전한 후 마무리 작업시 상기 버에 의해 전기 쇼트(합선) 현상 혹은 버에서 이탈된 미세한 파편이 이차전지 내부의 충전액과 반응하여 이차전지 기능을 상실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고도화된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TCC스틸 관계자는 "당사의 NPS 제조 기술력에는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산 이슈와 기술 제어를 해온 고민과 노력들이 녹아 있다"며 "현재는 품질 안정화보다는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들과 신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 석도명가에서 니켈도금강판 명가로


 

TCC스틸은


TCC스틸은 석도강판에 이은 NPS 명가가 되기 위한 도약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내식성과 안전성이 우수한 NPS 열처리 강판 제조를 위해 품질경영, 현장경영, 기술경영 등에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창백 TCC스틸 품질팀장은 "전 직원이 모든 제품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NPS에는 더욱 진심인 상황이다"며 "당사의 미래사업인 만큼 신규 사내 규정을 만들어서까지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트레이닝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윤 팀장은 원소재 부분에서의 품질관리와 고객사 이슈 대응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내 관리도 중요하지만 원소재의 품질향상을 위해 균일성과 표면 품질, 물성 등에 대해 원소재사와 매월 정기적인 품질협의로 품질 관리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며 "고객사 이슈의 경우 3일 이내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품질 특성에 맞는 조사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본부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안중걸 TCC스틸 생산본부장은 "현재 원통형 2차전지용 NPS는 전체 생산량 기준으로 보면 30% 수준이며,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사가 인도와 중국 등 해외 신규 시장 개척을 가속화함에 따라 생산 확대에 따른 준비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설된 생산 시설에 대해서는 "TCC스틸만이 가지고 있는 오랜 기술과 최신 설비 기술이 결합된 신구 조화를 이룬 스마트화 공장이다"라며 "자동화 공정, 라인별 실시간 표면 검사 시스템, 배관을 통한 자동 분석액 등을 도입해 불량품이 고객사에 출하될 수 없도록 품질 제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니켈도금강판


기술연구소에서는 NPS에서 앞선 기술력을 확보를 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TCC스틸은 NPS 신규 라인 증설을 지원하기 위해 연구 인력 충원과 함께 고급분석 장비들도 들였다.

권태우 TCC스틸 연구소장은 "석도강판의 경우 수백년전부터 유럽에서 시작된 제품으로 이미 공개된 기술에 해당되지만 NPS의 경우 신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특허 출원과 기술 주장이 중요하다"며 "경쟁업체들의 샘플들을 채취해 수시로 비교하고 개선하는 등 좀 더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연구소는 탄소중립과 ESG 요구에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NPS의 주요 수요처는 자동차 산업으로 탄소중립과 안전 등에 민감도가 높은 산업군이다"며 "고강도 제품과 전기 설비와 용수 사용의 고효율성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 역량을 집중시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NPS의 2025년 예상 수요량은 33만3,000톤인데 반해 예상 공급량은 29만6,000톤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약 3만톤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NPS 수급 이슈에도 TCC스틸의 공급 여력은 충분하다. NPS 시장의 경우 소수의 제조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구조로 일본의 토요코한과 니폰스틸이 각각 12만톤과 3만톤 수준을 생산해오고 있다. TCC스틸의 경우 기존 8만톤에서 현재 2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되면서 강력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또 2차전지 시대 준비에 앞장서 왔고 현재 안정성과 기술성을 충족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제품도 이어오고도 있다. 전세계에서 유의미한 품질과 기술 수준, 업력을 보유하고 있는 TCC스틸은 원통형 배터리 시장이 확대될수록 성장 여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