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될까요?
기술적 장벽이 낮은 범용재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는 철강업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범용재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자로 자리 잡았다. 태양광 패널 분야는 중국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으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꼽히던 석유화학업계 또한 중국발 범용재 범람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는 분위기다.
과거 서구의 바톤을 이어받아 국내 제조업계가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자랑했던 범용재 시장의 주도권은 이제 중국으로 온전히 넘어간 상황이다.
철강업계를 비롯해 범용재를 생산하는 제조업계는 비상 상황을 맞이했다.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거니와 중국 제조사와의 경쟁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중국 제품의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자와 만난 산업계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갑자기 바꾸긴 어렵다”라며 “몸집이 클수록 더욱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결국 고부가 가치로 가야 하지만 과거 실적에 취해있는 곳도 있으며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기도 어렵다”라며 “더욱이 범용재 시장 자체를 포기하기도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범용재로 구분되는 열간압연강판과 후판, 철근 등 주요 철강재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재 수입량이 많은 열연강판과 후판 시장은 고사 직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강 철강재 가운데 수익이 남는 품목은 없다고 봐야 한다”라며 “전기강판과 같은 고부가 가치 제품군을 제외한 일반적인 범용재 시장은 경쟁력이 없다”라고 푸념했다.
올해도 중국산 저가 철강재는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지붕도 없는 공장에서 만든 저가 철강재가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시장에 떠돌고 있다. 산업의 쌀인 범용 철강재 시장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