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MBK 상대로 금감원에 진정서 제출
사기적 부정거래·시세조종 혐의 주장 "1차 가처분서 기각된 주장 2차서 재탕" "주가상승저지 의도 확인되면 처벌 불가피"
고려아연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영풍과 MBK측)측을 조사해 달라며 22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영풍과 MBK 측이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했던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이하 '1차 가처분') 및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이하 '2차 가처분') 신청과 이를 이용한 여론전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는지를 신속하게 조사해달라는 취지다.
앞서 영풍과 MBK 측은 지난달 13일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를 상대로 자기주식 취득 금지를 골자로 하는 1차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달 2일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자 영풍과 MBK 측은 기각 결정 발표 직후 고려아연 경영진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내용으로 2차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 재차 기각됐다.
고려아연은 ▲1차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영풍과 MBK측의 공개매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해 즉시 2차 가처분을 신청한 점 ▲고려아연의 공시와는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을 2차 가처분 신청 근거로 제출한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영풍과 MBK 측이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저지를 위해 두 차례의 가처분 신청을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영풍과 MBK 측이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의 2차 가처분 신청이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근거로, 지난 2일 오전 1차 가처분 기각 결정 직후 2차 가처분 신청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었다. 1차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자, 영풍과 MBK 측이 즉시 2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언론에 알려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을 저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당시 고려아연 주가도 즉각 반응했다. 1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직후인 2일 오전 11시 1분 70만2천원을 기록하던 주가는 2차 가처분 신청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오전 11시 12분 68만9천원으로 약 1.85% 하락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이 2일 개최된 고려아연 이사회의 결의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2차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당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영풍과 MBK 측의 선행 공개매수기간 내인 이달 4일 개시되는 ‘대항 공개매수’이며,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전량 소각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당초 공시된 공개매수가격은 83만원이었다.
그러나 영풍과 MBK 측은 2차 가처분 신청서에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개시는 영풍과 MBK 측 선행 공개매수기간 이후에 이뤄지는 것이고, 해당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이사회 결의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이 1차 가처분 신청에서 기각됐던 주장들을 2차 가처분 신청서에 사실상 동일하게 기재한 사실도 언급했다.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은 1차 가처분 신청 판결에서 기각됐는데도, 같은 요지의 2차 가처분 신청을 강행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주가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이 각각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고려아연 주가를 겨냥한 시세조종 및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엄중한 조사와 결과에 상응하는 처분을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