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럼프 2.0시대, 철강·비철금속 산업 영향은?
"모든 수입품 관세 최대 20% 인상, 중국산엔 최대 60% 부과" 공약 철강 수입관세 인상 또는 수입쿼터 축소 가능성 우려 커져 IRA 폐지로 전기차·배터리 업계 비우호적 환경 조성 예상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종전 후 복구 수요 본격화 기대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되며 공화당의 재집권이 결정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 및 철강·비철금속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는 이전 집권시기와 현 후보시절부터 미국 이익 중심의 강력한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추진하고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산업통상 분야의 지형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당선의 결정적인 지역구로 꼽히는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트럼프 정부가 철강산업 살리기에 나서면 우리나라의 철강 수출 쿼터가 줄어들 수 있고,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폐기될 수 있어 자동차 수출 길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0%까지 인상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반면에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춰 왔기 때문에 전후 복구와 관련된 철강금속 수요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대응책 마련해 왔고, 산업분야에서는 철강 수출 쿼터를 유지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여 산업통상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업부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인해 한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지정되는 최악의 경우도 산정하여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거의 사문화됐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여 수입산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한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 대신 물량할당(쿼터)을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가량이 쿼터로 정해졌다.
당시 우리 정부는 한·미 FTA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관세 대상국에서 제외되기 위한 맞춤형 패키지 협상을 진행했다. 산업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거나 쿼터를 축소하려고 하면 협상을 통해 현재 쿼터를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되, 철강 부품 중 ‘관세 적용 예외 품목’을 설정해 일부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 대안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통상환경 변화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기업의 기술·경영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토대인 무역조정지원법을 활용하여 우리 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강 및 비철금속 업체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트럼프 정책 공약으로 중국에 고유 관세를 매긴다거나 다른 나라에 추가 관세를 적용하겠단 이야긴 있지만 아직 철강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대미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철강업체들도 현재 대미 철강 수출이 대부분 쿼터가 정해져 있고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해 반덤핑, 상계관세, 무역확장법 232조 등의 조치가 취해져 있어 철강과 관련한 미국의 통상정책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조금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제품들은 향후 미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현재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시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향후 과격한 중국산 철강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할 경우, 중국 철강제품이 미국을 제외한 시장으로 헐값에 유입될 수 있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 과열과 국내 시장 유입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비철금속 업계는 내년부터 수출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비철금속협회 관계자는 “주요 품목 가운데 전기동과 아연, 연 등은 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알루미늄은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알루미늄은 현재 관세 10%를 내고 있는데 트럼프가 관세를 20%까지 부과할 수도 있다. 수출이 여의치 않으면 지금까지는 일부 환급을 받고 있지만 환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수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이윤희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의 주요 정책 향방은 미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관세장벽, 중국과 디커플링, 바이든 정책 폐기, 반이민정책, 법인 및 소득세 인하 등을 통해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강화된 대중국 견제는 중국의 제조 및 수출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므로, 글로벌 공급망을 복잡하게 만들고 보복관세 부과 등으로 글로벌 교역 위축과 함께 경제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중국 외 주요 철강 수출국들에게도 관세 재부과 또는 쿼터 조정 등을 시행할 수도 있다. 멕시코 등을 통한 중국의 우회 진출도 강하게 압박 받을 것이다. 결국 미국으로의 수출에 어려워질 경우 철강사들은 기존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미국내 투자기반을 강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화석연료 투자와 내연기관차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전기차와 친환경 인센티브 축소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강화와 자급자족을 강조하기에 자국 내 투자를 더욱 촉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비철금속 최대 수요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도 타격이 예상된다. 캐즘을 겪고 있는 전기차 분야의 생산 및 투자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정책인 IRA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전기차 및 이차전지 시장 성장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IRA가 폐기되면 우리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전략도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반도체 분야에서는 트럼프 효과가 기대된다. 1기 집권 당시 자국 기술을 홀용한 해외기업이 중국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할 경우에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여 사실상 화웨이로의 수출을 금지시켰다. 이러한 중국의 반도체 산업 견제로 인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린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를 저가로 물량공세하는 중국 기업에 미국이 다시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원을 더 높이거나 동맹국을 대상으로 가드레일 조항 및 보조금 지원을 위한 제반 요구조건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미국 공장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