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이슈 다시 산업계 발목 잡아선 안돼
화물차 운송업계의 오랜 논란이었던 안전운임제가 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여러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야당은 2022년 말 일몰된 안전운임제 재도입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표준운임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결국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안전운임제와 표준운임제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안전운임제에 분명히 반대하고 있고, 물류업계에서는 찬반은 엇갈리고 있다. 화주인 산업계는 반대 입장이 여전하다.
안전운임제는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 운임을 법으로 보장해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되어 2022년 12월 31일 일몰됐다. 화물연대는 2년 전 일몰을 막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전국적인 파업을 진행해 산업계 물류 흐름을 일시에 정지시킨 바 있다.
당시 21대 국회에서 야당은 일몰 없는 안전운임제 도입과 품목 확대 등을 위한 입법안을 발의했고, 여당은 운임 결정은 시장을 맡기되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표준운임제 도입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난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숙제가 22대 국회로 다시 넘어온 것이다.
안전운임제와 표준운임제의 가장 큰 차이는 강제성 여부다. 안전운임제의 경우 강제력과 함께 과태료 부과 등 처벌 조항이 있지만 표준운임제는 가이드라인 성격의 제도로 법적 강제력이 없고 처벌 조항도 없다. 이 때문에 화물 운임에 대한 시장의 자율성이 높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칫 2년 전처럼 화물연대 파업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산업계가 지게 된다. 무역협회는 지난 8월 19일부터 9월 6일까지 수출기업 577개사를 대상으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재도입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수출기업의 72.5%가 안전운임제 재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출기업들은 안전운임제가 수출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72.7%)으로 전망했고, 91.4%는 안전운임제 재도입 시 운임이 최소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계는 운임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안전운임제 도입에 분명한 반대 입장이다.
한 비철금속 제조업체 대표는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시장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모든 비용을 운송 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수출기업에게 전가하는 제도”라며 “국회가 중소 수출기업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화물운송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원화된 구조로 이는 운송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서비스 질 저하의 원인이라고 지적된다. 특히 지입전문 운송사는 실질적인 운송 서비스 제공 없이 지입료만 받아 수익을 올리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어졌다. 이러한 복잡한 다단계 구조에서 화주와 운송사, 차주 사이의 운임 왜곡도 발생한다.
화물 운송과 관련한 복잡한 실타래는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용자인 화주들에게만 피해가 가는 방법은 피해야만 한다. 부디 정치권과 물류 및 화주 업계, 운송자 단체가 타협과 합의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