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논란' MBK, 과거 사례 비춰 고려아연 인수 '제동 필요'

두산공작기계, 2016년 MBK에 인수된 이후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 지정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임에도 2019년에 중국 모 기업에 매각 적극 추진 고려아연 인수 '높은 가격만 부른다면' 해외에 매각할 우려 커져

2024-12-22     방정환 기자

MBK파트너스가 외국인 논란에 직면하면서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 기업인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과거 MBK가 고려아연처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두산공작기계(옛 DN솔루션즈)를 중국 등 해외에 매각하려고 한 점이 알려지며 단순 우려를 넘어 행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MBK는 향후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단 한 번도 보유기업을 중국에 매각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국가핵심기술 때문에 팔고 싶어도 팔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2019년 두산공작기계의 1순위 매각 대상으로 중국의 모 기업을 선정하고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협상은 원활하게 진척됐으나 두산공작기계가 보유한 국가핵심기술인 '고정밀 5축 머시닝 센터의 설계·제조 기술' 등 때문에 정부 반대에 부딪혔다.

산업기술보호법 11조의2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13조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에 인수합병(M&A)될 때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두산공작기계는 2016년 4월 MBK에 인수됐을 무렵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진 않았지만, 인수 이후인 그해 11월에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이 됐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두산공작기계의 중국 매각을 가로막았다.   

MBK는 정부 반대로 두산공작기계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게 어려워지자 일본과 미국 등으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 매각해도 괜찮다는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MBK는 정부 당국에 여러 차례 매우 진지하게 중국 기업에 매각할 방법이 없는지 문의했다"며 "하지만 '불가하다'는 입장을 정부가 지속해서 내비치자 이후 일본과 미국으로의 매각도 타진했지만 국가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두산공작기계를 2019년에 매각하려던 MBK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21년에 국내 자동차 부품사인 디티알오토모티브로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를 약 2조4천억원에 매각했다.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지 약 5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약 2년이 지체됐다.   

이러한 사례는 MBK가 향후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성공한 뒤 높은 가격을 불러주는 곳을 찾아 해외 매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게 만든다. 산업계 일각에서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앞장서 MBK의 고려아연 인수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MBK는 '외국인 투자' 논란에 휩싸여 있다.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시행령에서는 외국인이 다른 주주와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이 다른 외국인과 합산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 때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MBK는 외국인 지분율이 30%가 넘는다. 회장과 대표,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모두 외국인이다. 또한 고려아연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펀드 6호의 외국계 자금 비중은 80%가 넘는다고 알려지면서 관련 법에서 정의한 '외국인 투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만약 여기에 해당하면 MBK의 고려아연 인수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MBK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에서 ‘외국인 경영진’이라고 언급한 인물 대다수는 MBK 파트너스 홍콩 법인 소속이며, 고려아연 투자를 하고 있는 ‘바이 아웃’부문이 아닌 ‘스페셜 시튜에이션스’부문의 인력"이라면서 "그들은 고려아연 투자 건과는 관련이 없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 언론보도를 통해 특정인의 국적을 언급하며 최윤범 회장의 각색에 맞춰 이용하는 것은, 해당 개인들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것이다"고 답했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과거 MBK는 두산공작기계를 살 때 차후에 해외 매각이 어렵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정부를 설득해 해외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며 "고려아연에 대해서도 같은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결국 국내외 상관없이 어느 곳으로든 고려아연을 가장 비싸게 값을 쳐주는 곳에 매각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